"우야면 좋노?" "워쩐댜?" (이러저러한 애로사항이 있는데)어쩌면 좋아 라는 의미의 영ㆍ호남 사투리다. 본인이, 이웃이, 멀리 있는 친인척이 먹고 사는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국번 없이 129'를 누르면 된다. 부인 없이 혼자 살며 공사판을 전전하는 김 씨는 거주지가 제대로 있을 수 없다. 초등학생 아들의 등ㆍ하교는 물론 세 끼 밥, 방과후 시간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 그의 애로사항은 고용ㆍ주거ㆍ교육ㆍ복지문제에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품삯을 포기하고 며칠씩 구청ㆍ군청ㆍ시청을 찾아 다니고, 하루종일 여기저기 상담해도 해결 방안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될 모양이다. 정부 8개 기관이 합심해 '위기(에 처한)가구 보호를 위한 민생안전 통합지원체계 구축 방안'을 마련했다. 주무부서는 보건복지가족부, 본부는 '보건복지 콜센터'. 김 씨처럼 막막한 위기가구가 있다면 본인이든 남이든 129만 누르면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시골에 혼자 계신 노모 대신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거나, 옆집 아이가 자주 아빠에게 두들겨 맞거나 끼니를 거른다고 여겨질 때도 그렇다. '복지'라는 의미와 연관이 있는 듯 싶으면 된다. 미심쩍고 주저된다면 129를 찾아 "이런 것도 상담이 되느냐"고 상담해도 될 터이다.
■민생안전 129 제도가 처음 생긴 것은 아니다. 2005년부터 필요성이 제기되어 시행되고 있으나 정부 부처 간 업무DB가 충실하지 못했고, 적극적으로 총괄하는 시스템이 없어 유야무야된 상태였다. 복지나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이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했고, 이를 제공하는 정부와 지자체는 전달과정에서 많은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수요와 공급 간에 아귀가 맞지 않아 예산을 쓰는 만큼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전달체계의 비효율'이 컸던 게 현실이었다. 전재희 복지부 장관이 취임 초기부터 이 문제를 강조해왔고, 이제 국무총리실이 총괄한다니 기대가 크다.
■국번 없이 129를 눌러보았더니 아직은 완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행중인 복지제도의 안내ㆍ상담만 아니라 예기치 못한 일로 도움이 절실해진 경우 언제라도 현장에 달려가는 구조는 마련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내달부터 제대로 시행하고, 하반기엔 인터넷 체계까지 완비해 '범죄신고 112' 못지않게 친근한 '희망안내 129'가 되면 좋겠다. 설 쇠러 오가는 길에 '위기에 처한 가구'를 알게 되면 "어쩌면 좋아"하며 안타깝게만 여기지 말고 국번 없이 129를 누르자. 적어도 상담의 보람은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관심과 참여는 정부의 노력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다.
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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