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없건마는 경계따라 있어지나니."
경기 안양시 관양2동 원불교 동안양교당에 들어서면 이런 글귀가 오는 이를 맞는다. 무엇이 없고, 무엇이 있어진다는 말인가.
2층으로 올라가니 김관진(50) 교무가 금요일마다 여는 '마음공부방' 회원들의 목소리로 떠들썩하다. 한 주일 동안 생활하면서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쓴 일기를 발표하는 모임에서는 폭소가 그치지 않는다.
집안 식구나 이웃들을 대하면서 화내거나 짜증을 내고 미워한 일 등을 발표하는 다른 회원들의 마음이 자기 마음과 그렇게 똑같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미숙한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울 수도 있겠지만 원래는 없는 것인데 경계따라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는다. 김 교무가 지난해 6월 마음공부방을 열고 몇 달이 지나자 회원들의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붙잡고 혼자 끙끙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부싸움이 줄어들고, 자녀들과의 사이도 좋아졌다고 했다.
"마음공부는 인터넷 검색이나 이메일, 자동차 운전을 배워 활용하는 것과 같아요. 컴퓨터나 자동차처럼 마음도 사용하는 법을 모르면 쓸 수가 없어요. 마음공부를 실생활에 활용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이 교당 최고령자 이성민(73)씨의 말이다.
마음공부는 원불교를 특징짓는 수행법이다. 원불교는 지난해 12월 사단법인 마음공부회를 설립하고 원불교 신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마음공부를 접할 수 있도록 대중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김 교무는 마음공부회 상임이사를 맡아 실무를 책임지고 있다.
"법회나 교리 공부는 일방적인 주입식 공부인 반면, 마음공부는 소모임으로 이뤄지는 개별지도라고 할 수 있어요. 생활 속에서 그 때 그때 일어난 마음상태를 기록했다가 발표하면 그에 맞춰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적절하게 지도해주지요."
김 교무는 그러나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공부방 회원들이 각자 자기 문제를 토로하고 서로 인정하고 격려해주다 보면 그 과정에서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종교인들은 자칫 좋지 않은 것을 없애려 하거나 억누르기 쉬운데, 마음공부는 그것을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입니다. 자기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분노나 화, 짜증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저도 경우에 따라서는 화를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화를 낸 뒤 금방 사라지게 되지요."
원불교에서는 원래는 없는 마음을 무심(無心), 경계따라 있는 마음을 유심(有心)이라 부른다. 김 교무는 "과거의 수행은 주로 무심을 찾는 공부였는데, 번잡한 현대사회에서는 끊임없이 마음이 일어나기 때문에 유심을 통해 무심을 찾는 방법이 유용하다"면서 후자 쪽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하면서 끝없이 생겨나는 마음을 철저하게 알아차리는 것이 원불교에서 말하는 '정신개벽'이라고 풀이했다.
김 교무는 현대인의 가장 큰 문제로 화를 꼽고, 자기 마음을 깊게 보아야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은 부부가 맞벌이를 하고 아이는 아이대로 바빠 가족간에 만남이 없어요. 부모가 아이의 눈빛을 보지 않아요. 서로 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에 화가 많지요. 자기 속내를 드러내야 건강해져요."
김 교무는 마음공부회에서 소규모 마음공부방을 많이 만들고, 각급학교에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보급하며, 마음공부센터를 만들어나가는 등의 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인은 마음을 모르고 씁니다. 누구나 이미 갖고 있는 온전한 마음을 되찾을 수 있어요. 혁명은 마음을 보는 데서 시작됩니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