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계 여성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처음 각료에 오른 라시다 다티(43) 법무장관이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총애’를 잃어 사실상 쫓겨난 것으로 알려져 호사가의 관심을 자극하고 있다.
새해 벽두에 미혼의 몸으로 여아를 출산해 아이의 친부를 둘러싸고 갖가지 억측을 자아낸 다티 법무장관은 사르코지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 왔으나 최근 잇따른 스캔들로 마침내 엘리제궁의 눈 밖에 나면서 굴욕적으로 내쳐졌다고 한다.
영국 대중 일간지 텔레그래프 온라인판은 27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집권 중도우파 대중운동연합(UMP) 지도부 회의에서 다티 장관을 더욱 험악하지 않게 물러 앉힌 것에 그가 감사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보도했다. 앞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다티 장관이 오는 6월로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에 UMP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정부를 떠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다른 이들의 싸움을 쫓아다니기보다 싸움을 주도하는 사람을 더욱 존경하고 인정한다”며 다티 장관의 유럽의회 도전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실제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 21일까지 법무장관 재임을 고집하는 다티 장관에 대해 클로드 게앙 비서실장을 보내 퇴진이 더이상 요청이 아니라 명령이라고 냉정하게 통보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사르코지 대통령은 최측근 가운데 하나인 다티 장관이 6월 선거에서 당선될 때까지 현직에 머물 것을 허용했다. 다티 장관은 파리 선거구에서 당선 확정권인 UMP 후보명단 2번째에 이름을 올려 놓았다.
후보명단 첫번째 자리에는 르몽드에 의하면 사르코지 대통령에 의해 역시 ‘팽’당한 것으로 나타난 미셸 바르니에 농무장관이 있다.
다티 장관은 사르코지 대통령의 엄명에 “여자나 남자 정치인의 경력은 임명 또는 지명에 의해 고위직에 오른다고 쌓아지는 게 아니다. 일선에 나가 국민에게 우리의 생각을 확신시켜주면서 얻어지는 것”이라며 일단 순응하고 의원직을 사임한다는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주위에선 ‘사르코지 대통령 만들기’에 열성을 다해온 다티 장관이 “배신을 당한 것”이란 동정론도 퍼지고 있다.
다티 장관에 대해선 사생아 출산 외에도 명품 의상에 고가의 귀금속으로 치장하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법무장관직 수행을 놓고서도 일부 부하직원들이 불만을 표출하며 자진 사직하는 등 잡음이 적지 않았다.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하며 24시간 경호를 받는 것은 물론 사생활이 복잡한 점도 야당과 언론의 비판을 받아왔다.
대통령과 정도 이상의 친밀한 관계를 문제삼는 비판도 많다. 한 매체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사적인 장소에선 다티 장관을 ‘내 아랍 귀염둥이’라고 부른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결국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 2일 제왕절개를 통해 아이를 낳은지 불과 닷새 만에 다티 장관이 출근해 여론의 뭇매를 맞자 그를 버리기로 마음을 굳혔다는 전언이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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