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지사가 설 연휴 마지막날인 27일 일일 택시기사로 나서 깊은 침체의 골을 경험했다.
이날 오전 7시 한 법인택시를 배차 받아 30분만에 첫 손님을 태운 김 지사는 "택시 승강장마다 길게 늘어선 택시들을 보니 경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겠더라"면서 "손님이 정말 적었고 손님들도 어두운 표정에 별 말이 없었다"고 전했다.
승객들도 대부분 운전석에 앉은 김 지사를 몰라봤고 말을 걸지도 않았다. 정치에 관심이 적은 젊은 승객이 많았던 데다 일부 외국인근로자들도 있어 운전사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탓이다.
이날 오전 수원역에서 인계동으로 간 한 여자 승객은 한 참 뒤에 운전사가 김 지사인 것을 알아본 뒤 "기간제 교사를 하고 있는데 교사를 많이 채용해 일자리가 늘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다른 승객 윤모(32)씨는 김 지사가 말을 건넨 뒤에야 "우리 동생도 최근 실직했다"면서 "솔직히 먹고 살기 어렵다 보니 옆자리 운전기사가 누구인지, 주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기사식당을 찾은 김 지사에게 식당에 있던 택시 기사들은 "택시요금이 낮게 책정돼 있고 요금체계가 문제가 있다"면서 조정을 건의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이날 오후 7시까지 21명의 손님을 태우면서 하루 사납금(6만9,000원)을 초과한 7만9,000원을 벌어 1만3,000원의 수당까지 챙겼다.
김 지사는 "택시운전사를 해 보니 역시 젊은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지 않고, 택시 운영시스템에도 개선할 부분이 있는 것을 느꼈다"며 "오늘 경험을 도정에 최대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체험을 위해 최근 택시운전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한 김 지사는 "앞으로 몇 차례 더 택시 체험을 한 뒤 시간이 되면 다른 분야도 경험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