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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일본 향해 환율 선전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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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일본 향해 환율 선전포고

입력
2009.01.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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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중국과 일본을 향해 '환율 포문'을 열어 젖히면서 미ㆍ중, 미ㆍ일간 환율전쟁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서로가 상대방과는 반대 방향의 환율을 원하고 있지만 각국 모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제 코가 석자'인 상황이어서 갈등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에 지명된 티모시 가이트너 뉴욕연방준비은행장은 22일(이하 현지시간) 미 상원 청문회에서 "강한 달러는 미국의 국익"이라며 "재무장관으로서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임 헨리 폴슨 장관은 물론, 역대 미 재무장관들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 미국은 실제 달러가치 흐름과는 관계없이 늘 선언적 차원에서 '강(强)달러 지지'를 표명해 왔다.

하지만 대상이 중국과 일본으로 넘어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가이트너는 같은 자리에서 "미국의 최대 무역국인 중국은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며 "중국의 이같은 관례(환율 조작)를 바꾸기 위해 모든 외교적 수단을 공격적으로 동원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최근 환율개입 조짐을 보이는 일본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는 "환율은 시장 논리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말처럼 들리지만, 정작 속에 담긴 뜻은 '최근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이는 두 통화의 흐름을 그대로 놔둬야 한다'는 사실상의 '약(弱)달러 지지' 발언인 셈이다.

이처럼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미국의 속내는 뻔하다. 매년 막대한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통화가치가 조금이라도 높아지는 것이 미국의 경상적자 축소에 도움이 되기 때문. 실제 지난해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는 미 달러화에 대해 각각 25.3%, 7.0% 절상돼 미국은 적자부담을 상당히 덜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의 입장은 정반대다. 요즘처럼 세계적 경기침체로 수출액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자국 통화가치는 수출품의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실제 엔화가치가 폭등하던 지난해 12월 일본의 수출은 무려 35%나 감소했고 중국의 수출 역시 지난해 11월 7년 만에 전년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일본은 서서히 '인내의 한계'에 다다르는 분위기다.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가 이달 초(4일) 엔고(高) 저지를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데 이어 최근 외신들은 잇따라 "엔ㆍ달러 환율이 85엔까지 내려갈 경우, 2003~2004년 이후 5년 만에 대대적인 정부 개입이 단행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엔화가치는 올해들어 2% 가량 절상됐으며, 23일 현재 엔ㆍ달러환율은 88엔대까지 내려간 상태다.

제한적인 변동환율제를 택하고 있는 중국 역시 드러나지는 않지만 꾸준히 환율을 관리, 올들어 위안화가 달러 대비 되려 0.1% 절하될 정도로 위안화 절상을 꾸준히 막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의 '엄포'에도 불구, 중국ㆍ일본과의 전면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설사 두 나라가 미국의 요구에 아랑곳 않는다 해도 미국이 이에 맞서 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거나 대규모 무역보복 조치를 내리기에는 막대한 후폭풍이 뻔하기 때문.

세계 1,2위의 달러 보유국인 중국과 일본이 달러처분 카드라도 들고 나올 경우, 미국으로서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가이트너 지명자의 엄포는 향후 장기적인 협상을 염두에 둔 '선수치기성' 발언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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