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소셜 벤처에 뛰어드는 젊은이들/ "돈도 벌고 보람도 벌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소셜 벤처에 뛰어드는 젊은이들/ "돈도 벌고 보람도 벌고…"

입력
2009.01.29 00:04
0 0

최근 젊은 세대들이 뛰어들고 있는 사회적 기업의 유형은 천차만별이다. 상업적으로 돈을 번 뒤 사회를 위해 기부하는 경우도 있고, 폐품을 활용한 상품 판매와 같이 돈을 버는 과정 자체에서부터 사회적 가치를 이식한 사례도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 역시 복지, 교육, 환경, 보건 등 다양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익모델은 더 다양하다.

의학, 간호학, 경영, 미술 등 별로 공통점이 없을 것 같은 분야를 전공하는 연세대, 홍익대생 등 40여명이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에 사무실을 연 ‘프리메드’. 수년간 의료봉사를 해오던 의대생들이 주축이 돼 외국인노동자와 노숙자들 무료 진료를 위해 세운 회사다. 이들이 돈 버는 비밀은 진료 버스에 있다. 기업의 전광판 광고를 실어주고 이 버스가 달린 거리만큼 광고비를 받는 것. 1km당 1만원을 받기로 하고 이미 포스코, JP모건 등 4개 기업과 계약도 맺었다.

연세대 의학과 4학년인 송호원 대표는 “1주일에 적어도 50km 이상을 달리기 때문에, 한 달이면 4개 기업 합쳐 얼추 1,000만원의 수입이 들어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진료 버스는 내달 7일 서울 을지로입구를 시작으로 본격 가동된다. 버스 진료에 들어가고 남은 수입은 다시 티셔츠 판매사업에 투자된다. 홍대 미대생들이 디자인하고,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할 예정인데 1개당 2,500원 정도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모든 수익구조 흐름은 경영대생들이 총괄하게 된다. 송 대표는 “직원들이 모두 대학생인 만큼 임금을 받지 않고, 이익은 전액 저소득층 의료지원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라며 “졸업 후 1~2년 정도 집중해서 이 회사를 본궤도에 올려놓고, 이후 후배들에게 물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7월 동대문구 신설동에 사무실을 연 ‘제이드’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는 환경이다. 북극곰과 같이 기후변화 등으로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들을 캐릭터로 하는 종이카드와 스티커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수익 모델. 북극곰 크리스마스 카드가 인기를 끌면서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올린 순이익만 500만원을 넘었다. 운영비를 제외한 전액을 환경단체에 기부했다. 작년 대학을 졸업한 친구 3명과 창업한 홍선영(23ㆍ여) 대표는 “죽어가는 동물들의 캐릭터를 이용해 문구와 생활용품을 만드는 회사로 키운 뒤, 그 수익으로 환경보호 행사를 기획할 것”이라며 “잠깐 돈 벌고 치울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올 5월까지는 모두 무임금을 일한 뒤, 이후부터 차차 월급을 받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고 해서 꼭 환경을 개선하거나, 빈곤한 사람을 돕는 사업만 하는 게 아니다. ‘봄봄’이나 ‘고마시’ 처럼, 돈 있는 사람들과 잘 나가는 일부 작가들의 전유물이 돼버린 예술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사회적 기업도 있다. 이들은 온ㆍ오프라인으로 일반인들 위해 무료 전시회와 미술 강좌를 열고, 신진 작가들에게는 일반대중과 소통하고 그림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홍익대 회화과 출신의 박보미 봄봄 대표(31)는 “일반인들의 예술의식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공헌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가져가는 월급은 얼마 안되지만, 평생 만족하며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공신닷컴’ 처럼 돈 많이 벌어서 그 돈으로 좋은 일을 하겠다는 모델도 있다. ‘공신닷컴’은 공부 잘하는 방법에 대한 일대일 멘토링 상담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는 서울대 동아리 ‘공부의신’이 계획 중인 사회적 기업. 재료공학과 4학년인 강성태(27) 공부의신 대표는 “한편으로는 영리 목적의 공신닷컴을 설립해 학습방법과 관련한 멘토링으로 돈을 벌고, 다른 한편으로 공신연구소를 세워 공신닷컴에서 번 돈을 지역아동센터의 저소득층 어린이들의 학습 능력 향상을 위해 투자하는 게 모델의 골간”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을 위해 그는 전공을 바꿔 올 상반기 교육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다. 강씨는 “사교육을 없앨 수 없는 이상 사교육 시장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이 수익으로 사교육에서 배제된 저소득 어린이의 학습 능력을 끌어올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사회적 가치 + 영리’를 추구하는 모델은 가지가지이지만, 이들 모두에게 적용되는공통적인 원칙은 바로 ‘이익의 사회화’. 투자한 만큼 이익을 나누는 ‘대박 지향형’구조가 아니라는 것. 혹은 무임금으로, 혹은 ‘적정한’ 월급을 받으며 일할 뿐이다. 대신 마음 속 뿌듯한 보람과 늙어서까지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나머지를 보상 받는다는 생각이다.

저소득 장애인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의료기기를 이용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을 준비중인 가톨릭대 3학년 김정현(24)씨는 “의료기기의 가격에 거품이 너무 많이 끼어 저소득층에게는 큰 부담이다”면서 “졸업 후에 월 100만~150만원을 벌어도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현재 의료기기를 싸게 수입하거나 제조해 저소득층에게 제공하는 인도의 사회적 기업 ‘오로랩’을 연구 중이다.

■ 사회적 기업

노동부는 사회적 기업을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ㆍ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유럽 등에선 이보다 포괄적인 의미로 쓰여,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비영리 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형태를 말한다. 특히 청년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로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사회적 기업을 소셜 벤처(Social Venture)라고 한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