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가와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 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사회를 열었는데 이사들에게도 올해 매출 목표와 이익 전망치를 설명하지 못해 양해를 구했다. 지금으로서는 올해 경영계획을 내 놓을 수가 없다.”(SK에너지 신헌철 부회장, 22일 실적설명회)
#. “모르겠다. 올해는 글로벌 경기 상황의 불확실성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경영계획을 밝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 신속하게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시나리오 경영을 강화할 계획이다.”(삼성전자 임명진 상무, 23일 경영설명회)
최근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잇따르고 있지만 대부분이 올해 매출과 이익 전망치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환율과 유가의 변동성이 워낙 크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실제로는 실적이 충격적인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이 같은 분석의 배경은 역설적이지만 지난해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데서 출발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8조3,8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사상 처음 연간 매출 100조원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LG전자도 지난해 매출 49조3,33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SK에너지도 수출액이 고유가로 인한 단가 상승으로 전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전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45조7,459억원과 1조9,334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65%, 31% 증가했다. 물론 사상 최대 실적이다. 현대차도 판매량은 166만8,745대로 전년보다 1.9% 줄었지만 환율 상승 덕에 매출액은 32조2,922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그러나 사상 최대 지난해 실적은 오히려 올 실적이 사상 최악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 실적이 그렇지 않아도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실적과 비교하면 그 충격파는 더 클 수 밖에 없다.
가장 우려되는 곳은 정유 및 석유화학 업종이다. SK에너지의 지난해 매출액이 크게 증가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 고유가의 덕이 컸다. 국제 유가는 지난해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았던 적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지난해 평균 가격은 94.29달러였다. 그러나 이후 금융 위기가 실물 경제로 본격 전이되며 최근 두바이유는 4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만약 국제 유가가 계속 이 정도 수준에 머물면 올해 정유사 매출은 반토막 이하가 될 수도 있다.
나프타 가격에 따라 제품가가 연동되는 석유화학 업종들도 올해 실적이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톤 당 1,100달러까지 치솟았던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나프타 가격은 200달러대까지 폭락했다가 최근 다소 반등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올해 반타작만 해도 잘 하는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이다.
석유화학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매출액 전망치를 내 놓지 못하는 것은 수요 감소와 기저효과 등이 겹치면서 올해 실적이 지난해의 반토막 이하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다만 올해 4분기가 되면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안 좋았던 만큼 반대 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라고 말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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