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그룹 내 삼성중공업의 위상은 초라했다. 그룹 인사에서 중공업으로 발령이 나면 변방으로 쫓겨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요즘 삼성중공업은 그룹 내 어느 제조업체 못지않은 핵심 계열사로 인정 받고 있다. 올해 그룹 인사에서 김징완 사장과 배석용 부사장이 각각 부회장과 사장으로 승진했고, 계열사 사장(에스원 노인식 사장)이 추가 배치됐을 정도다. 지난해 극심한 경기 침체 속에서도 경영 성적표가 탁월했기 때문이다.
반면, 세계 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에 이어 2위 자리를 놓고 삼성중공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대우조선해양은 한화그룹의 인수 포기로 신규 투자 및 신기술 경쟁에 뒤쳐지면서 삼성중공업과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대우조선의 주인찾기 작업이 표류하는 사이, 삼성중공업이 멀찌감치 달아나고 있는 것이다.
경남 거제에 위치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은 그간 비슷한 덩치와 기술력으로 대형 컨테이너선과 드릴십(선박 형태의 원유시추설비)을 경쟁적으로 수주하며 치열하게 2위 다툼을 해왔다. 때문에 연간 수주 규모가 조금씩 바뀔 때마다 "내가 2위다"라며 선의의 신경전을 벌여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전황은 완전히 삼성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우선 선박제작 능력과 영업 활동, 기술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수주 규모에서 그렇다. 2004년까지만 해도 대우조선(67억달러)이 삼성중공업(64억달러)을 다소 앞섰으나, 2005년 삼성(77억달러)이 대우(68억달러)를 역전한 뒤 현재까지 2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이 주인찾기 문제로 어수선했던 작년에는 삼성중공업(153억달러)과 대우조선(118억달러)의 수주 차이가 역대 최대 규모(25억달러)까지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삼성중공업이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투자 확대와 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사이, 워크아웃 기업인 대우조선은 경영실적 향상의 필수 요인인 투자나 인사에 대한 의사결정을 과감하게 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산업연구원 홍성인 박사는 "단기적으로 매각작업 표류가 대우조선 경영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대규모 블록(선박 부분품)공장, 해양 작업장과 크레인 신설 등에 8,000억원을 투자한데 이어 올해에도 8,000억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아울러 2006년 '대한민국 10대 신기술'에 포함됐던 '극지 운항용 쇄빙 유조선'에 이어 극지 운항용 LNG선과 컨테이너선을 추가 개발하는 등 발 빠르게 신규 수요 창출에 나서고 있다. 덕분에 작년 12월 드릴십 2척을 수주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업계 최초로 9,000억원 규모의 LNG-FPSO(부유식 생산ㆍ저장 하역설비) 계약을 따냈다.
이에 비해 대우조선은 지난해 10월 이후 방산품(잠수함)을 제외하고는 수주 실적이 전혀 없다. 지난 1년간 지속돼온 매각 작업이 허사로 돌아가면서 회사의 구심력도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대우조선은 남상태 사장을 중심으로 효율적인 조직 운용과 원가 절감 등을 위한 비상경영을 선포했지만, 삼성중공업을 다시 따라잡으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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