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현실로 드러난 우리 경제의 '마이너스' 성적표는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경기침체기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특히 통상적인 경기 흐름상의 하락세와는 완전히 다른 수직낙하세는 이번 침체가 훨씬 깊고 길어질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적극적이고 신속한 내수부양을 주문하고 있다.
침체 장기화 우려
지난해 4분기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3.4%, 전기 대비는 -5.6%로 모두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보통 장기와 단기 경기흐름을 반영하는 두 수치가 모두 큰 폭으로 꺾인 것은 그만큼 침체 정도가 깊고 장기화될 것임을 의미한다.
한국은행 최춘신 경제통계국장은 "4분기 성장률 수준으로 볼 때, 올 1분기 성장률이 플러스가 될 가능성은 없다"며 "올 연간 성장률도 한은의 전망(2.0%)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에는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 역시 근거를 갖춘 '분석'보다는 '기대'에 가깝다. 상반기 크게 떨어질 각종 수치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아보이는 '기저효과'와 각종 유동성공급 및 경기부양 조치가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기대가 섞인 것으로 본질적인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
금융불안과 실물침체가 서로를 발목잡는 현재의 악순환 고리를 끊지 못하면 'L자형'의 장기불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G경제연구원의 이근태 연구위원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연간으로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소비 급감이 가장 심각
특히 심각한 것은 소비의 급감 추세다. 세계적 경기침체로 국가간 교역량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내수가 안정적인 나라가 충격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국내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내수의 핵심에 해당되는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는 3분기보다 4.8%나 줄어들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최근 소비 급락세는 이례적인 수준"이라며 "수출 급감이 투자를 위축시키고 결국 소비심리까지 냉각시킨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수출이나 투자는 우리 힘으로 좌우하기 어렵지만 소비는 다르다"며 "소비는 다른 분야보다 회복이 훨씬 오래 걸린다는 점에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정부 대응이 회복의 관건
권 실장은 "올해만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때는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과감하고 신속한 경기부양 만이 내수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새로운 부양 대상을 찾기보다 집행이 지연되는 분야부터 적극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며 "은행권이 진행중인 2차 기업 구조조정도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고 조언했다.
경제 위기가 사회 문제로 전이될 가능성도 큰 만큼 사회안전망 강화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장은 "외환위기 당시 실업률이 한때 8.5%까지 오르고 개인파산, 신용불량자 등이 증가하면서 이혼율, 자살률, 범죄율이 크게 증가했다"며 "사회안전망 강화 등의 정책이 동반돼야 경제불안에 따른 사회불안이 확대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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