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터필러, 필립스 등 미국과 유럽의 대기업이 26일 하루에만 7만5,000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 세계 각국의 직장인들 사이에 감원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건설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가 전체 임직원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2만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6억6,1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2.2%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캐터필러는 건실한 재무구조와 현금흐름으로 투자자에게 인기가 높았던 기업”이라며 “캐터필러의 감원은 이제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제약회사 화이자도 중소 제약업체 화이스를 680억달러에 매입한다고 발표하면서 두 회사의 임직원 1만9,00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화이자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90% 줄었다고 발표했다. AP통신은 “제약업은 직원 교육에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감원이 쉽지 않지만 화이자는 재무상태 악화로 최후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밖에 이날 감원 계획을 발표한 미국 기업은 정보통신(IT) 업체 스프린트 넥스텔(8,000명)과 텍사스 인스트루먼트(3,400명), 유통업체 홈디포(7,000명), 자동차 제조업체 제너럴모터스(2,000명) 등이다. 유럽의 가전업체 필립스(6,000명)와 금융그룹 ING(7,000명)도 이날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NYT는 “감원을 발표한 기업은 제약, 유통, 제조 등 메인스트리트(실물 경제)를 담당해왔다”며 “2007년 주택 건설, 모기지 대출업체에서 시작된 기업 감원이 은행, 금융업에 이어 실물 경제로 파급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각국의 직장인들은 이번 감원 계획을 보면서, 경기침체가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실업의 고통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주방용품 제조업체 매스터 커틀리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9월 해고된 미국인 찰스 디기스코는 “구직 원서를 셀 수 없이 넣었지만 번번히 거절 당했다”며 “지난 20년 동안 저축한 돈을 최근 5개월 사이에 모두 썼다”고 말했다.
AP통신은 “경기 악화로 지난해 말 7.2%인 미국의 실업률이 올해 9%로 치솟을 것”이라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미 의회에 경제 부양을 위해 8,250억달러를 승인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추가로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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