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유형종의 막전막후] 빈 신년음악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유형종의 막전막후] 빈 신년음악회

입력
2009.01.29 00:02
0 0

2009년이 시작된 지 몇 주가 지났는데도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문자 메시지나 심지어 연하장까지 가끔 받게 되는 건 아직 설날이 지나지 않아서인 모양이다. 이런 새해 기분을 한 번 더 느끼게 해주는 자료가 나왔다.

2009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의 영상물과 음반이 벌써 시중에 풀린 것이다. 공연이 있기 전에 편집 작업을 어떻게 할 것인 지까지 면밀히 준비하여 시간을 크게 단축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빈 신년음악회 실황이라면 세계적으로 많이 팔릴 것이란 믿음이 전제되었을 것이다.

빈 신년음악회의 성공 비결은 다양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전통과 규칙에 있다. 1월 1일 아침에 빈의 상징인 요한 슈트라우스 일가의 왈츠와 폴카를 연주한다는 전통이 1941년 이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졌다는 것, 1부는 행진곡, 2부는 오페레타 서곡으로 시작한다는 것, 두 곡 정도는 빈 국립발레의 춤을 곁들인다는 것, 짧은 앙코르에 이어 지휘자와 단원이 새해 인사를 하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과 '라데츠키 행진곡'으로 전체 콘서트를 끝맺는 것 등이다.

이렇게 상투성에 얽매인 듯싶으면서도 슈트라우스 일가의 새로운 레퍼토리를 발굴하는 탐구 정신이라든지 그 일가 이외의 작품이라도 연관이 있으면 포함시킬 수 있다는 융통성 덕분에 신선함을 잃지 않는다. 이 콘서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 규칙은 오랜 전통을 의미하는 것이요, 융통성은 청량제 역할을 한다.

밀라노의 라 스칼라 다음으로 이탈리아에서 중요한 가극장인 베네치아의 라 페니체('불사조'란 뜻)는 1996년 화재로 잿더미가 되었으나 극장 이름처럼 7년 만에 옛 모습 그대로 재탄생했다.

그 직후인 2004년부터는 로린 마젤, 쿠르트 마주르, 오노 가즈시 등 유명 지휘자를 초청하여 신년음악회를 연다. 라 페니체는 오페라극장답게 이탈리아 오페라에 나오는 관현악과 노래 위주로 콘서트를 꾸미는데, 빈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약간의 발레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앙코르로 반드시 베르디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과 '축배의 노래'를 부르고, 그 사이에 신년 인사를 집어넣는다는 방식도 빈의 신년음악회를 모방한 것이다. 짧은 역사지만 그럴듯한 규칙과 이 극장의 화려한 아름다움이 맞물려 명물 콘서트로 떠올랐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년음악회가 여럿 열리고 있지만 독특한 전통을 견고하게 확립한 사례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극장이나 악단의 정체성, 여기에 한국적인 특징까지 제대로 분석하여 자기만의 전통과 규칙을 입혀 나간다면 성공 가능성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음악공동체 무지크바움 대표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