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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스타일 중독자들' 패션 유행을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마케팅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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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스타일 중독자들' 패션 유행을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마케팅의 비밀

입력
2009.01.2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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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턴게이트 지음ㆍ노지양 옮김/애플트리테일즈 발행ㆍ328쪽ㆍ1만4,000원

영화 '킬 빌'을 보자. 우마 서먼이 샛노란 옷을 입고 멋지게 적들을 쓰러뜨리자, 기다렸다는 듯 그녀가 신었던 일본 브랜드 아식스 신발이 떴다. 하나의 문화상품이 패션을 주도한 예다. 철없는 젊은이들의 유행이라 해도 좋고, 산업자본의 영악한 계산이라 해도 좋다. 엄연한 사실은 그것이 21세기 자본주의의 작동 논리라는 점이다.

"과연 유행은 어디서 오는 걸까? 혹시 매년 가을 내로라하는 패션 회사의 수장들이 극비리에 한 장소에 모여 내년의 유행을 정하는 건 아닐까?"

런 의문에 대해 <스타일 중독자들> 의 저자인 패션분석가 마크 턴게이트가 내놓는 답이 걸작이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렇기도 하다."(135쪽) 이 책은 패션과 욕망, 즉 스타일에 대한 솔직한 보고서다.

"패션은 욕망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패션 브렌드는 사람들이 한 푼 두 푼 어렵게 모은 돈을 새 옷을 입고 싶다는 욕망에 종속시키기 위해 고도의 지능적인 수법을 사용해 우리를 설득한다." 그런다면 그 지령을 내리는 보이지 않는 손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어디에 비밀결사 모임이 있지 않고서야 세계의 거의 모든 매장이 매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물건을 내놓는 '기현상'은 어떻게 벌어지는가?

저자는 할리우드의 속임수를 방불케 하는 패션업계의 마케팅 비밀을 폭로한다. 문외한이라도 한두 번은 들었을 패션업계 거물들의 뒷얘기도 펼쳐진다. "나는 세상을 지배하고 싶다. 나는 프라다라는 이름이 지금보다 더 대단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나는 창조의 자유로움을 누리고 싶다. 옷은 패셔너블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상업적이어야 한다. 바로 거기서 나의 고통이 시작되는 것 같다." 세계적 디자이너 프라다가 털어놓은 말이다.

매년 10월마다 열리는 회합이 답이다. 세계 각지에 지사를,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는 트렌드 정보 회사 '넬리 로디'에서 패션계, 디자인계, 사교계, 예술계 인사 18명이 벌이는 브레인 스토밍 결과가 지구의 빛깔을 결정하는 것이다. 또 두 달에 한 번 '메가트렌드'라는 보고서를 발표, 여러 업계에서 조사한 자료를 제공하는 '스타일 비전'(www.stylevision.com)도 그 같은 무한 업그레이드 작업의 주체다. 예술성과 고도의 현실적 안목을 겸비해야 하는 패션 전문 사진가에게도 큰 비중이 주어진다.

2004년 7월 미국 잡지 '엘르 걸'이 10대 독자 1,0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쿨한 직업이 뭐냐고 물었을 때, 1위는 팝 스타가 아닌 패션 디자이너가 차지했다. 지금 스타와 패션은 시너지 효과의 훌륭한 모델이다. 팝 스타 비욘세와 그웬 스테파니는 각자의 의류 브랜드를 갖고 있으며 카일리 미노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란제리 브랜드 '러브 카일리'의 대표로도 성공했다.

최신 트렌드에 관한 책이니만큼 신조어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을 읽는 재미다. 예를 들어 대중(mass)과 명품(luxury)의 합성어로 보다 대중화된 명품을 뜻하는 '매스럭스(massluxe)', 저가 패션이란 뜻의 '밸류 패션(value fashion)' 등이 그것이다. 디스카운트, 오프 프라이스로도 불리는 '밸류 패션'은 패션의 민주화를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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