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병, 전국철거민연합(전철련), 경찰. 향후 검찰 수사의 3가지 갈래를 특징짓는 '키워드'다. 검찰은 22일 건물 점거 농성자 5명을 구속하면서 향후 수사는 세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먼저 철거민 등을 상대로 정확한 발화 원인과 당시 상황을 계속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발화 원인으로 일단 화염병을 지목했다. 다른 발화 원인을 찾을 수 없고 "망루 안에 있던 철거민이 화염병을 던지는 것을 봤다"는 철거민측 진술도 확보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러나 이들이 화재를 유발하기 위해 화염병을 고의로 투척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 진압에 당황해 화염병 등을 조준 없이 던졌거나 떨어뜨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고의성을 인정해야 적용할 수 있는 '방화 치사상' 혐의 대신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사상' 혐의를 적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그러나 발화 원인에 대해 여러 이론이 제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경찰관들과 농성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진상을 계속 조사할 예정이다.
전철련의 개입 정도도 수사의 한 갈래다. 전철련은 이번 농성에 앞서 용산 재개발 세입자들에 대해 교육을 진행했고 농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철거민 사망자 5명 중 3명, 영장 청구 대상자 6명 중 4명이 용산 세입자가 아닌 타 지역의 전철련 회원이었다.
검찰은 특히 전철련의 한 간부가 이번 농성의 모든 단계에 깊이 관여한 정황을 잡고 이 간부의 역할을 조사할 방침이다. 철거민들이 모은 6,000만원 중 일부가 이 간부에게 흘러갔을 가능성 등도 확인 대상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순수한 투쟁이라기보다 (외부 세력의 지원으로) 변질된 흔적이 보인다"고 말해 전철련이 주요 수사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또 하나의 수사 갈래는 역시 경찰의 과잉진압 및 책임자 처벌 여부다. 검찰 내부에서는 벌써 "무리한 진압은 비판 받을 수 있지만 정식 절차를 밟아 이뤄진 공권력 집행이기 때문에 형사처벌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무리한 진압 작전 자체가 위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테러 등 특수범죄 진압이 목적인 경찰특공대의 투입, 농성자들의 안전 확보 노력이 없었던 점, 부상자 방치 등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위반 및 형법상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경찰의 무리한 진압과 사망자 발생 간에 인과관계가 입증될 경우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경찰의 진압 작전 계획과 작전 수행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을 전망이다. 지휘부가 진압의 위험성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도 무리하게 작전을 밀어붙였는지, 애초 진압작전 계획에 들어있었던 안전 대책들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이유가 뭔지 등이 중요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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