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천재들의 산실 89학번이상훈 대학시절 14명 연속삼진
[스포츠한국] 1992년 9월22일부터 10월6일까지 동대문구장에서는 대학야구 추계연맹전이 열렸다. 프로에서도 언제나 그랬듯 건국대 이종범은 1번 타자, 고려대 마해영은 4번 타자였다. 이 대회는 최우수선수로(MVP)로 선정된 이종범이 펄펄 난 건국대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그 해 건국대는 대학야구에서 유일한 2관왕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대회 개인상이다. '도루의 대명사' 이종범은 홈런 3개로 홈런왕에 올랐고, '홈런의 대명사' 마해영은 7개로 도루왕을 거머쥐었다. 이종범은 대학 졸업 직후인 93년, 마해영은 상무를 거쳐 95년 프로에 입문했다.
프로에서 둘은 '전공'을 잘 살렸다. 이종범은 일본에서 뛰었던 3년 반을 빼고도 통산 494도루를 기록 중이고, 지난해를 끝으로 은퇴한 마해영은 14시즌 동안 260개의 홈런을 뿜었다. 이종범은 도루왕만 4차례, 마해영은 30홈런 이상만 4차례 기록했다.
광주일고 이종범, 부산고 마해영, 서울고 이상훈 추성건, 대전고 구대성, 인천고 김홍집, 광주상고 박충식, 동대문상고 김경원, 보성고 김종석, 경남상고 김훈, 공주고 손차훈, 마산고 김경환, 신일고 송태일 등이 89학번이다. 77학번이 '투수 왕국', 82학번이 '포수 풍년', 86학번이 '올림픽 키드'였다면 89학번은 '천재들의 산실'이다.
동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던 이상훈은 고려대 4학년이던 1992년 대기록을 세우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상훈은 4월9일 열린 대학연맹전 성균관대와의 예선전에서 18개의 삼진을 잡아내면서 14타자 연속 탈삼진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이후 주가가 폭등한 이상훈은 LG와 OB의 '주사위 뽑기' 경쟁 끝에 LG의 품에 안겼고, 당시로는 역대 최고 계약금인 1억8,800만원을 받았다.
손차훈 SK 스카우트는 "대학교 4학년이던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열렸기 때문에 대한야구협회에서 89학번들을 의도적으로 키우려 했었다. 나를 포함해 이종범 구대성 김경환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국가대표에 뽑혀서 형들과 운동을 했다"며 "톱 클래스에 있는 몇몇을 제외하면 86학번이나 92학번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지만 개개인의 면면을 따져보면 89학번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대표팀 동기인 이종범 김경환, 한양대 동기인 구대성과 친분이 두텁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squeeze@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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