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용산 철거민 진압 참사/ 재개발 지역마다 용역업체 횡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용산 철거민 진압 참사/ 재개발 지역마다 용역업체 횡포

입력
2009.01.29 00:06
0 0

'용산 참사'가 벌어진 서울 용산 4구역 재개발지역의 한 편의점에 지난해 7월 철거 용역업체 직원 2명이 술에 취한 채 들어왔다. 이들은 직원에게 "전철련하는 X같은 X 집이냐"며 막무가내로 욕설을 퍼부었다. 사흘 뒤에는 속옷만 입은 용역업체 직원이 한 손에 목검을 쥔 채 손님에게 "딴 데서 안 사면 죽여버리겠다"고 윽박질렀다.

용산 참사 당시 경찰과 용역업체의 '합동 작전'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철거민들은 용역업체 직원들의 횡포가 극심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 "몇 달 전부터 상주하며 공포 분위기 조성"

주민들에 따르면 용역 직원들은 지난해 4월 이전부터 용산 4구역 안에 사무실을 두고 '활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많을 때는 20~30명씩 몰려다니며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식당에 들어와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가만히 앉아 있다거나 가게 문 앞을 어슬렁거리는 방식은 고전적인 수법. 가게 앞에 음식물쓰레기 쌓아두기, 빈집에 불놓기, 쇠파이프로 벽 긁으며 돌아다니기, 부녀자 앞에서 노상방뇨 식으로 위압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재개발 지역도 용역업체의 횡포에 대한 피해 신고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서울 왕십리뉴타운 2구역 세입자대책위원회에는 용역 직원 30여명이 들어와 아수라장이 됐다.

이들이 사무실 유리창을 깨고 기물을 파손하는 과정에서 주민 3명이 부상하고 이 중 1명은 의식을 잃기도 했다. 사건 발생 한달 전에도 강제철거에 항의하던 주민 7명이 용역 직원에 맞아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미류 주거권네트워크 활동가는 "철거업체들은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누구든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각인시킨다. 용역 직원들이 동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치외법권이나 다를 바 없는 사적인 힘에 의해 철거민들이 위협받게 된다"고 말했다.

■ 폭력에 폭력 '악순환'

용역업체들이 이처럼 무리수를 두는 것은 재개발 사업에서 '시간이 곧 돈'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재개발조합이 승인되면 조합은 시공사 뿐만 아니라 용역업체까지 선정한다. 자금조달능력이 부족한 조합측은 조합 운영비나 용역비, 세입자 대책비 등을 시공사한테서 빌리거나 시공사 보증을 통해 금융기관에서 빌리는 등 상당 부분을 빚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사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자가 눈덩이가 되기 때문에 조합으로서는 '조속한 철거'를 위해 철거 용역업체에 당근과 채찍을 제시한다. 보통 가구당 500만원 가량 지급되는 철거 대가도 예정보다 일찍 끝나면 보너스, 늦게 끝나면 위약금을 물린다. 따라서 용역업체들도 계약서에 명기된 철거 완료 시한을 최대한 맞추려고 무리수를 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철거업체들은 "철거민들이 순리를 지키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용산4구역 철거에 참여한 한 직원은 "전철련 회원들은 한 여름에 썩은 생선을 현장 사무실에 뿌리고 밤에 쇠파이프를 끌고 다니며 현장사무실 벽을 치고 돌아다녔다.

이주 보상에 관한 공고문을 훼손하려 해서 막았더니 내 윗입술을 물어뜯어 엉덩이 이식 수술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용산 철거업체 관계자도 "계약기간이 하루라도 늦춰지면 조합이나 철거업체의 피해가 막심하다"며 "일부에서 경찰과 공조작전을 폈다고 하는데 사건 하루 전인 19일에도 용산경찰서에서 용역 직원들은 빠지라고 직접 통보해왔다"고 말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