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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 가상작가들 통해 극우문학의 위험성을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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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 가상작가들 통해 극우문학의 위험성을 폭로

입력
2009.01.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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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볼라뇨 지음ㆍ김현균 옮김/을유문화사 발행·280쪽·1만원

'루이스 퐁텐 다 소우자(리우데자네이루 1990~리우데자네이루 1977) : 1937년에 <브라질 문제에 대한 비망록> 에 이은 <유럽에서의 유대인 문제> 가 출간되는데 이 책에서 그는 혼혈이 보편화되었을 때 브라질이 직면하게 될 위험들(무질서, 잡탕, 범죄)을 밝히고 있다'

'잭 소든스턴(로스앤젤레스 1962~ 로스앤젤레스 2021) : 엄청난 성공을 거둔 사이언스픽션 작가 잭 소든스턴은 서부해안의 갱이자 훗날 정치지도자가 되는 건서 오코넬이 미국 중서부에 있는 제4제국의 지하세계에 잠입하는데 성공하는 시기를 다룬 <건서 오코넬과 제4제국 사가> 의 창조자이다'

소우자와 소던스턴, 이렇게 명확한 설명과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 작가들이다. 칠레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1953~2003)의 소설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 은 이들처럼 존재하지 않는 작가들의 삶과 문학에 바친 다양한 리뷰들로 구성된, 가상의 작가사전이다. 칠레, 아르헨티나, 쿠바, 브라질, 미국 등 아메리카 대륙을 가로지르는 이 사전의 등재작가들은 모두 30명. 반유대주의자, 아리안주의자, 종교적 광신론자, 반(反)동성애주의자, 신나치주의자 등 말하자면 극우 파시스트 문학사(史)의 뼈대를 이룬다.

폭력성을 내재한 극우문학의 위험성과 그 문학적 기반의 취약성을 폭로하려는 작가 볼라뇨의 의도는 재기발랄한 입담, 사전류에 적합한 전문어의 조어 능력, 부록으로 등장인물의 인명사전까지 배치하는 능청스러운 구성 등으로 활력 넘치게 관철된다.

스무살 무렵 칠레 좌파혁명그룹에 가담했으나 1973년 피노체트혁명 발발로 짧은 투옥생활을 경험했던 작가의 체험이 거친 분노의 표출이 아니라 의뭉스러운 조롱으로 희화화하는 과정이 이 소설의 백미다. 작품 속 작가들의 연대기에는 "그는 극적으로 실패할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작품은 온통 헛소리다" "실은 좌파와 우파를 불문하고 아무도 책을 읽지 않았고" "출판도 되지 않고 읽는 사람도 거의 없는 시들을 쓴다" 같은 문장들이 도처에 출몰한다. 볼라뇨는 과장된 주장과 맹목적 이념에 자족하며 살아가던 이들의 말로를 오토바이를 타다가 추락사하거나, 과일가게 주인으로 늙어가거나, 암살되는 식으로 처리하면서 블랙유머의 진수를 보여준다.

피노체트 정권을 피해 멕시코와 스페인에서 생의 대부분을 보냈던 볼라뇨는 시인으로 출발했으나 "가장으로의 책임감을 다하기 위해" 40대에 소설가의 길로 뛰어들었다. 쉰 나이에 죽은 그는 생애 마지막에 라틴아메리카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로물로 가예고스상을 수상한 <야만적인 탐정들> , 사후 발간된 방대한 유고작 <2666> 등 거의 매년 소설을 써내며 '불꽃 같은 10년'을 보냈다. 그의 작품은 뒤늦게 인정받아 1990년대 이후 활동하고 있는 젊은 중남미 작가들의 '토템'이 될 큰 영향력을 드리우고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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