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면담 이후 북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면담을 통해 남한 미국 중국을 겨냥해 복합 메시지를 던졌기 때문이다.
설 연휴 직전인 23일 밤 공개된 김 위원장과 왕 부장의 면담 발언록은 크게 두 가지 메시지를 담았다. 우선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를 향한 대화 의지 표명이다. “조선(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관 당사국들과 평화적으로 함께 지내기를 희망한다. 한반도 정세에 긴장이 조성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6자회담을 부단히 진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 중국 신화통신이 전한 김 위원장 발언록에서는 북미 관계 개선 의지가 절절히 묻어 난다.
지난해 8월 뇌혈관 질환 수술설 이후 외부 인사를 만난 사진이 처음 공개된 점도 주목할 부분. 비록 왼손이 불편해 보이고 과거에 비해 수척해지기는 했으나 왕 부장과 함께 찍어 조작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사진을 공개함으로써 통치력 건재를 과시한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오바마 정부 출범에 맞춰 미국과 대화할 역량과 의지가 있다는 점을 밝히려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북한의 다음 착점은 어디일까. 일단 김 위원장이 6자회담 지지 의사를 밝힌 만큼 회담 조기 재개를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있다. 다음달 중순 러시아에서 열릴 예정인 북핵 6자회담 동북아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 회의 참석과 뉴욕채널을 통한 미국 대북특사와의 접촉 여부가 관심이다.
또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방중 제의를 수락한 만큼 김 위원장이 4, 5월께 중국을 방문, 대외 관계나 경제개혁 관련 발언을 쏟아낼 수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면담을 보면 김 위원장이 핵 문제뿐 아니라 국제 관계 전반에서 보다 적극적 대외 행보를 벌여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북한이 유화책만 내놓을 것 같지는 않다. 북한의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25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비핵ㆍ개방ㆍ3,000’ 공약 입안 경력을 거론하며 비난했다. 북한이 당장 남북 간 충돌을 꾀하지는 않더라도 남측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오바마 정부의 핵심 외교참모인 수전 라이스 유엔대사가 이날 “이란 핵 프로그램을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고 밝힌 부분도 꺼림칙하다. 북핵 문제가 후순위로 밀리고, 미 국무부 라인 정비가 늦어질 경우 북한이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같은 깜짝 카드를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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