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정부 주요 인사들의 중국 관련 발언이 오락가락해 중국 정부가 혼란스럽다.
27일에는 미국 안보 정책의 두 축인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전혀 다른 중국 정책을 언급해 중국의 혼란을 부추겼다.
게이츠 국방장관은 이날 상원 청문회에서 "중국의 전방위적 군 현대화 특히 전자전 부대, 대 위성 무기, 잠수함, 유도미사일 등은 태평양의 미군과 동맹국에게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의 어떤 군사적 위협에도 대처할 태세가 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포괄적인 대화를 하겠다고 말했다. 힐러리 장관은 "부시 전 정부는 중국과 경제문제에 치우쳤지만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국제 금융위기극복 등 많은 문제에서 협력할 필요가 있다"며 양국의 경제전략대화를 확대, 개편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두 사람이 이처럼 다른 견해를 내놓자 월스트리트저널 조차 "한쪽은 중국 위협론을, 다른 한쪽은 대중 대화를 주장한다"고 꼬집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미국의 태도는 이미 22일에도 한 차례 확인됐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상원 서면 답변에서 "중국은 환율 조작국"이라며 대대적인 대중 경제 공세를 예고했다. 그러자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이 "환율 문제 등 대중 현안은 올 봄에야 확정될 것"이라고 수습했다.
중국 정부는 일단 상무부 성명의 형식을 빌어 "근거 없이 중국을 비난하는 것은 보호무역주의 정서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가이트너 장관의 답변에 응수해놓은 상태다.
중국은 이런 일들을 미국 정부가 아직 대중 정책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빚어지는 혼란이라고 여기면서도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했던 부시 정부 초기와 같은 양국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눈치다.
중국 정부는 현재 미국이 대중 강경 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중국 관영 언론이 28일 "가이트너 장관의 발언은 미국 의회가 보호주의 무역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도록 오금을 박으려는 예방 발언"이라는 뉴욕타임스 보도를 비중 있게 다룬 것에서도 중국의 생각이 어느 정도 읽힌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과, 오바마 정부 내 주요 인사들의 중국 경험이 전무해 결코 안심하지 못하는 눈치다. 뉴욕타임스가 27일 "중국 지도부와 개인적 유대를 갖고 있는 부시 전 대통령 및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은 환율 조작국이라는 강경발언을 입에 담지 않았는데 중국을 낯선 대상으로 보는 오바마 정부는 서슴없이 강경 용어를 사용한다"고 분석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이다.
향후 미중 관계는 양측 지도부가 얼마나 빨리 신뢰를 구축하고 유대감을 형성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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