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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 강남 상권 둘러봤더니/ 청담동 상가 썰렁… 한집 건너 "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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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 강남 상권 둘러봤더니/ 청담동 상가 썰렁… 한집 건너 "임대"

입력
2009.01.2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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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강남구 청담사거리 인근 R중개업소. 상가 임차인을 구한다는 안내문이 유리창을 도배라도 한 듯 빼곡이 붙어 있다. 이 중 상당수는 빛깔이 바랜 것으로 미뤄 임대 매물로 나온 지 시간이 꽤 지났음을 알 수 있다.

중개업자 박모씨는 "권리금이 없다고 써 붙여봐야 소용이 없다"며 "한때 3억원 이상 권리금이 붙었던 이면도로 안쪽 상가들도 무(無)권리금에 나온 지 6개월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상당수가 비어있다"고 전했다. 그는 "요즘 나와 있는 임대 물건 대부분이 권리금이 없다고 보면 된다"며 "주변을 몇 블록만 둘러보면 알겠지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건물이 통째 비어있는 곳도 꽤 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1%'가 지갑을 연다는 서울 강남의 청담ㆍ압구정 상권. 최고급 식당과 명품 매장이 줄지어 들어서 불황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던 '큰손'들의 소비 시장에도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상가의 얼굴인 1층 매장에 '임대'라는 안내문만 붙여진 채 휑하니 비어있는 곳들이 부지기수고, 몇 달째 건물 전체가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텅 비어 있는 빌딩도 쉽게 눈에 띈다.

이처럼 최고급 상권의 상가와 빌딩 공실이 늘어나는 것은 부자들조차 소비를 줄이면서 상가 매출이 급감하고 있지만, 임대료와 월세는 불황에도 꿈적하지 않아 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임차인들이 권리금을 포기하고서라도 가게를 접고 있기 때문이다.

청담동 명품상권 이면도로 주변 C공인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권리금을 포기하면서까지 문을 닫는 매장들이 늘고 있다"며 "잘 나가던 병원이나 명품 매장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가면서 건물 전체가 비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청담동과 압구정동을 지나는 도산대로 주변에서는 새로 지어진 6,7층짜리 상가ㆍ오피스 빌딩이 몇 달째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건물 전체가 을씨년스럽게 비어 있는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좀체 불황을 타지 않던 고급 식당과 와인바도 빈 점포가 늘고 있다.

지하상가의 점포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청담동 H공인 관계자는 "그나마 지상 건물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지금 영업은 하고 있더라도 실제로는 가게를 내놓고 빠지기만 기다리는 업소까지 포함하면 지하 점포들은 한 집 건너 한곳이 임대 매물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청담동의 한 멤버십바 관계자는 "수 억원의 인테리어비용을 들여 오픈한 뒤 1년을 못 버티고 문을 닫는 업소들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인근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상권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영부동산 최모 공인중개사는 "현재 영업 중인 사람들도 일단 가게를 내놓고 울며 겨자먹기로 장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로데오거리 상가의 약 10%는 임차인을 새로 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맞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청담ㆍ압구정 상권의 붕괴는 경기 침체 탓이 크지만, 불황에도 꿈적 않는 비싼 임대료도 원인이다. 압구정동 D공인 관계자는 "로데오 상권에 있는 1층 50평 상가의 경우 보통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세 700만원은 내야 하는데, 요즘 같은 불경기에 옷 몇 벌 팔아 가지고서는 몇 달 버티기도 어렵다"면서 "임대료라도 내려야 들어올 사람들이 있을 텐데 정작 상가 주인들은 현 임대료를 고수하고 있어 임차인들의 이탈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이현수 인턴기자(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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