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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오컬티즘' 엑소시즘·마법·연금술…인류 사로잡은 불가사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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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오컬티즘' 엑소시즘·마법·연금술…인류 사로잡은 불가사의 세계

입력
2009.01.2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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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네 되링만토이펠 지음·김희상 옮김/갤리온 발행·488쪽·2만원

"저승과 같은 암흑의 세계야말로 상상의 낙원이다." 1766년 임마누엘 칸트가 <영매의 꿈, 형이상학의 꿈으로 풀어보다> 에 쓴 글이다. 이성의 상징인 칸트, 그리고 계몽의 시대였던 18세기의 이미지와 어째 거리가 멀다. <오컬티즘> 의 저자는 그러나 이성과 계몽에 의해 '이단의 문화'가 끊어진 적이 한번도 없었음을 보여준다. 이성의 빛이 밝을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더 깊은 어둠의 세계로 빠져들었다는 것이 저자가 보여주는 세상의 진실이다.

'감추어진 것' '비밀'을 뜻하는 라틴어 'occultus'에서 비롯된 오컬티즘(occultism)은 자연의 불가사의한 힘이나 인간의 이성으로 규명하기 힘든 현상을 연구하는 비학(秘學)을 일컫는다. 엑소시즘을 비롯한 각종 마법, 연금술과 점성학, 중세 유대교 신비주의 사상인 카발라 등이 모두 포함된다. 흥미로운 점은 그것이 계몽사상과 자연과학의 합리성이 뿌리내리던 18세기에 폭발적으로 퍼져나갔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이 모순적 상황의 원인으로 인쇄술의 발달을 지목한다. 지성의 진보를 값싸게 대량으로 보급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은 계몽주의자들을 들뜨게 만들었지만, 정작 대중은 칸트나 성경이 아니라 싸구려 '삼류문학'에 열광했다. 연금술사의 비밀 공간에서 진행되던 은밀한 실험이 도시와 시골의 여염집으로 급속히 파고들었다. 아무리 강력한 비판정신으로 무장한 운동가라도 시골 동네 구석의 작은 인쇄소까지 통제할 수는 없었다.

저자가 얘기하는 오컬티즘의 본질은, 그러나 싸구려 저질문화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저자는 연금술을 "아라비아의 야금술과 그리스의 자연철학이 만나면서 인간의 영혼이 신적 영혼의 편린이라는 관점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한다. 다만 그것이 대중적 오컬티즘으로 변질되면서 의미를 잃었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특히 저자가 인터넷 시대를 맞아 또 한번 오컬티즘이 부흥기를 맞았다고 진단하는 부분은 흥미롭다. "익명성, 놀라운 전파속도, 글로벌 가상무대에서 이뤄지는 쌍방향성"이 구텐베르크의 혁명에 비견되는 오컬티즘 성장의 토양이라는 것이다. 오컬티즘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현실이 이런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저자는 말한다. "월드와이드웹이 마련한 소중한 기회를 잃고 만다면, 악마는 그야말로 얼간이가 아닐까."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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