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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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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

입력
2009.01.2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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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역사왜곡 코믹 액션 풍자사극 블록버스터 로드 뮤지컬'

정체를 알 수 없는 타이틀을 단 창작 뮤지컬이 등장했다.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연출 이현규)는 <난중일기> 의 찢겨진 3일간의 행적을 찾는다는 콘셉트로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시킨 작품이다.

연극 '난중일기에는 없다'가 원작으로 이순신과 그를 포로로 잡은 왜군 무사 사스케, 평범한 서민 처자 김막딸이 우연히 동행하게 되면서 만들어가는 에피소드를 담은, 역사 소재 코미디다.

대학로 히트 연극 '라이어'를 만든 파파 프러덕션의 새해 야심작이자 문화체육관광부의 창작 인큐베이팅 사업인 '2008 창작팩토리' 최우수 지원작으로 선발돼 기대를 모은 '영웅을 기다리며'는 멀티맨을 맡은 2명의 배우가 등장해 관객에게 명령조로 관람 주의사항을 전달하는 극 초반부터 차별화를 꾀했다.

특히 장수의 느낌을 완전히 벗어버린 이순신 캐릭터의 활약상이 이 작품이 내세우는 강점이다. 이순신과 사스케, 김막딸 세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한 패가 되고 어느새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는 사이가 된다.

이들이 전쟁과 굶주림을 피해 도망 다니는 과정에서 이순신은 고구마 하나에 목숨을 걸고 욕을 입에 달고 사는 평범한 인물로 그려진다.

주요 삽입곡의 제목을 봐도 '왜놈이다 튀어!' '모기송' '쥐가 백마리' '늙은 놈이 굶어야지'처럼 원초적인 색채를 띠는 것 일색이다. 여기에 사극이지만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에서 대중성 강한 음악을 선보였던 장소영씨가 작곡한 현대적인 음악이 더해지면서 코믹성을 더했다.

비장미마저 풍기는 공연 포스터의 경고 문구 '웃으면 지는 거다!!'에서 연상되듯 웃기자고 작정하고 만든 설정이 작품 여기저기 얹혀 있는 셈이다.

물론 아직 초연이기에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도 많다. 무엇보다 소재의 신선도에 비해 구성이 많이 헐겁다. 에피소드 중심의 분절적인 병렬 구성으로 다음 장면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기에는 드라마가 약했다.

역사 소재를 다루면서도 유머 코드는 주로 풍자가 아닌 욕설과 말초적인 언어 유희 등에 의존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구상한 계기가 김막딸이 주워온 자라 등껍데기에서 유래했다는 설정 정도가 기대를 충족시켰을까.

아직은 어수선한 느낌이 있는 다소 평범한 뮤지컬이지만 '영웅을 기다리며' 라는 거창한 제목 아래 소시민의 모습을 한 이순신과 사스케, 김막딸이 모두 주인공이자 영웅으로 거듭나며 마무리됐듯, 앞으로의 행보에 따라 역사 코미디라는 나름의 독특한 장르 구축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박정환 임기홍 전병욱 고재근 유정은 박혜나 등 출연. 3월 22일까지 대학로 해피씨어터. (02)747-2070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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