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상영가' 영화 등급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제한상영가 등급 부여 취소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 제3부는 지난 15일 영화사 스폰지ENT가 미국영화 '숏버스'의 제한상영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영상물등급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 대해 "'숏버스'의 제한상영가 판정은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숏버스'는 성치료 상담사가 동성애자 등 소수 성취향자를 만나면서 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로 배우들이 실제 성행위를 해 화제를 모았으며 2006년 칸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 등에서 상영돼 호평을 받았다.
영등위는 성적 쾌락 지상주의의 추구, 집단성교, 남녀 자위, 동성애, 정액 분출 등을 이유로 2007년 4월 이 영화에 대해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제한상영가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짐에 따라 새로운 영화 관람 등급제 도입에 대한 논의와 사회적 공감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2년 도입된 제한상영가 제도는 '성인이 보기에도 폭력성이나 음란성이 지나치게 높은 영화'에 내려지는 등급으로, 이 등급을 받은 영화는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 가능하나 국내에는 제한상영관이 단 한 곳도 없어 사실상 상영 불허 판정이나 다름없다.
앞서 영화사 월드시네마는 멕시코영화 '천국의 전쟁'의 제한상영가 판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7월 제한상영가 등급을 규정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올해 말까지 법 개정을 권고했다.
'천국의 전쟁'은 2004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 수작이란 평가를 받았으나 발기된 남성 성기가 등장한다는 이유 등으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영등위는 헌재 결정 이후 지난해 11월 19세 이상 관람가에 해당하는 '등급외 등급제' 도입 방안을 제시했으나 청소년관람불가와 구분이 불명확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실상 국내 상영 영화에서 성기나 음모 노출에 대한 규제가 무너진지는 오래다.
2004년 '팻걸'이 무삭제로 '18세 관람가'(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영아담'(2004), '몽상가들'(2005), '색, 계'(2007) 등 남녀 성기나 음모가 노출된 영화가 일반 영화관에서 상영됐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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