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숨겨라.'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명품 구입 후 상표가 없는 허름한 쇼핑백에 담거나 아예 집으로 배달 주문하는 부유층이 늘고 있다고 AP통신이 28일 보도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 티 내지 않고 물건을 구입하려는 것이다.
뉴욕에서 최고 부유층을 위한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는 루시언 배리는 최근 변화한 소비 행태를 체감하고 있다. 배리는 "부자들이 루이뷔통이나 샤넬 제품을 구입한 뒤 허름한 쇼핑백에 담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명품 구입을 과시하려는 노출형 소비행태가 경기침체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배리는 "최근 1,200달러짜리 구찌 핸드백을 구입한 여성 고객이 선물처럼 포장해 집으로 배달해 달라고 요청하고 빈 손으로 매장을 나갔다"고 밝혔다.
뉴저지의 중소 제조업체 사장인 에드워드 더글러스는 "예전처럼 명품은 구입하지만 가급적 은밀하게 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개인 비행기를 이용해 바하마로 가족여행을 떠나는 더글러스지만 올해는 일반 항공기를 이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이트클럽과 고급식당 2곳 등을 운영하는 로버트 존스도 올해 휴가는 하룻밤에 1,000달러짜리 스위트룸 대신 일반 호텔의 400달러짜리 방에서 묵을 계획이다. 존스는 "최근 부유층의 소비감소는 그렇게 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패션업계도 덜 튀는 색깔을 점점 선호하고 있으며 할리우드 파티장에서는 한 병에 300달러짜리 고가 와인의 판매가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부자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가게에 들어오는 고객도 부쩍 늘었다. 할리우드의 평론가 마이클 레빈은 "요즘 같이 어려울 때는 부자 티 내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사람을 의식한 부유층의 변화한 소비행태를 '명품 창피'(luxury shame) 또는 '은밀한 부'(stealth wealth)로 칭하는 전문가까지 생겼다.
그러나 일각에선 부유층이 평범한 미국인을 진정 돕고 싶다면 고용 창출을 위해 예전과 같은 소비행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품 소비패턴을 연구해온 '사치품 연구소' 창립자 밀턴 페드라자는 "우리는 부자들이 소비를 과도하게 줄이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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