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수출 감소세가 더욱 가파르다. 1월 수출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30% 안팎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주요 수출 기업들은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KOTRA는 28일 발간한 '2009년 글로벌 수출시장 5대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올해 5대 수출 전략을 제시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이다.
1. 돈 쓰는 정부에 팔자
올해 각국 정부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초래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국가 재정을 쏟아 부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KOTRA는 제1의 수출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의 '큰 손'으로 등장한 각국 정부를 고객으로 맞을 것을 제안하고 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 정부가 올해 경기부양을 위해 투입할 전체 재원 규모는 전 세계 명목 국내총생산(GDP) 54.7조달러의 12%인 6.6조달러. 틈새를 노리고 부지런히 움직이면 새로운 수출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각각 7,000억달러, 1,700억유로의 경기부양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고,중국은 4조위안, 일본은 5조엔을 경기 진작용으로 준비해놓고 있다. 대부분 도로, 건물 등 사회간접자본시설(SOC) 확충과 내수 활성화에 집중돼 있고, 초고속 인터넷망 등 정보기술(IT) 기반 시설에도 상당액이 할애될 것으로 보여 한국 기업의 IT 수출에 새로운 돌파구로 기대된다.
2. 똑똑해진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자
불황기일수록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은 깐깐해지기 마련. 저가품 위주 구매에서 품질과 가격을 모두 충족하는 제품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KOTRA는 "품질 좋고 저렴한 한국 제품이 불황기 대응 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탈(脫) 샌드위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원화가 약세인데 비해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 한국산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3. 글로벌 기업의 파트너가 되자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세계적인 기업들이 자체 생산 대신 아웃소싱을 늘려가는 등 경쟁적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기술 수준이 높고 가격 경쟁력도 있는 국내 부품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의 파트너가 된다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실제 이달 초 열린 '바이코리아 2009' 행사에 참여한 미국의 자동차업체 포드의 구매담당관은 "한국산 부품은 품질, 가격, 기술 등 3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어 구매를 크게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글로벌 기업들의 선진국 본사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생산거점들도 글로벌 아웃소싱에 나선 상태여서 새로운 수출시장을 뚫을 호기가 되고 있다.
4. '그린'과 '웰빙'을 잡자
사상 최악의 불황에도 불구, '그린 시장'과 '웰빙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단기적으론 상대적으로 비싼 이들 상품의 구매비용이 부담스럽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경제성과 효율성이 높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KOTRA는 "선진국 소비시장 히트 상품들의 공통점은 에너지 절감형, 재생에너지 활용, 친환경을 소재로 했다는 것"이라며 "친환경 상품이 대중화하면서 가격이 많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시장 확대의 주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5. 뜨는 비주류를 주목하자
KOTRA는 마지막으로 중동과 중남미 등 그간 관심을 끌지 못했던 지역들이 원유 등을 팔아 쌓은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일으키고 있는 만큼 이들 국가를 예의주시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선진국 시장에서 그간 주목하지 않았던 계층별 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유효한 전략으로 소개했다. 미국 인구의 15%를 점하며 7,000억달러의 구매력을 갖춘 히스패닉 계층이 대표적인 예다.
KOTRA 조병휘 통상조사처장은 "각국 정부가 올해처럼 이렇게 막대한 돈을 쏟아내기로 한 적이 없었다"며 "우리 기업들이 이런 국제환경을 잘 이용하고 수출 시장의 트렌드를 보다 빨리 파악한다면 지금의 경제위기는 충분히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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