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 러시아 재벌 알렉산드르 레베데프가 182년 전통의 영국 신문 이브닝 스탠더드를 단돈 1파운드(약 1,900원)에 인수한다. 스탠더드를 발행하는 데일리 메일 앤드 제너럴 트러스트(DMGT)는 21일 레베데프에게 신문 지분 75.1%을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레베데프가 런던에서 KGB 스파이로 암약하던 시절 즐겨 읽던 신문을 직접 소유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BBC는 레베데프가 KGB 스파이 시절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스탠더드를 즐겨 이용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레베데프는 러시아 부자 순위 39위로 러시아 최대 국영항공사 아에로플로트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과 러시아 일간 노바야 가제타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 레베데프는 향후 3년 동안 스탠더드에 2,500만파운드(약 476억원)를 투자해 고급 예술문화와 경제 분야를 강화하고 웹사이트도 보강할 계획이다.
28만부를 발행하는 이브닝 스탠더드는 런던에서 비교적 탄탄한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의 여파로 광고시장이 위축된 데다 석간 무료 신문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타격을 입어 연간 1,000만∼2,500만파운드의 손실을 보고있다.
1827년부터 발행된 유서 깊은 신문이 외국 자본에 매각되는 것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싸늘한 편이다. 보수성향 선데이 텔레그라프의 전 편집장 페레그린 워스손은 "프랑스에서 러시아 재벌이 르몽드나 르피가로 신문을 인수했다고 생각해보라"며 "이것은 국가의 자부심이 어떻게 쇠락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개탄했다고 BBC는 전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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