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淸)의 건륭제(1711~1799)에 의해 편찬된 '사고전서(四庫全書)'는 종종 아시아 정신문화의 총합을 상징으로 말로도 쓰인다.
건륭제는 제국에 있던 모든 책을 20년에 걸쳐 경(經ㆍ경전)ㆍ사(史ㆍ역사)ㆍ자(子ㆍ철학)ㆍ집(集ㆍ문학)으로 나누어 정리한 뒤 3,503종, 7만9,582권에 이르는 총서로 묶어 사고전서라는 이름을 붙였다.
켄트 가이 워싱턴대 교수(역사학)의 <사고전서> (생각의나무 발행)는 그 편찬의 과정과 의미를 분석한 책이다. 사고전서>
사고전서는 그 기념비적인 업적에도 불구하고 청에 의한 무자비한 학문 탄압의 결과물로 인식된다. 건륭제는 청의 모든 서고에 보관된 것과 개인소장자가 갖고 있던 1만여 종의 책을 베이징으로 보내게 한 뒤 '정리'한다.
이 과정에서 2,400여종이 사라지고 500여종이 황제의 명에 의해 개정되는데, 후세 학자들은 이를 분서갱유에 버금가는 죄악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가이 교수는 이런 일반론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불온서적을 수집하려는 건륭제의 노력에 지식인층이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사실을 밝힌다. 그리고 그런 협조가 "황제의 의도에 아첨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배층인 만주족과 피지배층인 한족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상호이해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18세기의 한족 엘리트들은 자신들의 이상이 만주족에 의해 실현되는 것에 역사적 아이러니를 느꼈다.
사고전서 편찬 과정은 그들이 만주족에 대한 한족의 경멸을 나타내는 역사 기록을 삭제하는 대신 자신들의 이상을 황제를 통해 이루는 타협의 풍경이라는 주장이다.
책은 이밖에 18세기 후반 사상가들이 시대ㆍ정치적 환경에 적응해 가는 모습, 사고전서 편찬 과정에서 벌어진 한학파(고증학파)와 송학파(성리학자)의 대립 등도 다루고 있다.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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