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지나고 나면 부모와 자녀들 사이에선 또 한 차례 신경전이 벌어진다. 두둑하게 주머니를 채운 세뱃돈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걸 놓고서다. 엄마가 빼앗듯이 회수할 수 있는 것도 자녀가 어릴 때나 가능한 일.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게임기나 휴대폰을 사겠다고 버티기 일쑤다.
자녀가 받은 세뱃돈을 맡아둔 부모도 구체적 계획이 없다면 어영부영 써버리기 십상이다. 신한은행 이관석 재테크팀장이 자신의 경험을 통해 '세뱃돈 경제관념 키우기 전략'을 들려준다.
이 팀장은 두 자녀가 각각 중1, 초4년이던 4년 전 설날에 받은 세뱃돈과 그동안 푼푼이 모았던 돈을 합쳐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다. 이 펀드계좌를 일반 통장계좌와 연결해 월 5만원씩 자동이체가 되도록 했다.
일반 통장은 용돈을 넣어주는 통장이기도 해서 아이들은 용돈을 아끼거나 목돈이 생겨 통장 잔고가 5만원 이상이면 펀드에 적립금을 불입할 수 있다. 통장 개설은 용돈으로 현금 대신 체크카드(15세 이상 발급 가능)를 쓰게 함으로써 용돈을 통제하는 부가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와 함께 이 팀장도 자신의 통장계좌를 아이들의 펀드계좌에 연결해 월 5만원씩 부어준다. 그러고선 아이들에게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이런 식으로 아버지와 함께 모아서 너희들이 가져라. 유산은 따로 없다"고 선언했다.
이후 두 자녀의 설날 세뱃돈은 3만원 정도만 쓰도록 하고 모두 펀드로 꼬박꼬박 모이고 있다. 4년이 지난 지금 아이들의 펀드 평가액은 약 700만원에 달한다. 이 팀장은 적립금액이 1,500만원 정도가 되면 해지해 보다 안정성이 높은 정기예금으로 돌려놓고 새로 펀드에 가입토록 할 계획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통장에 있는 돈이 손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내 돈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 이 팀장은 친척들이 모여 아이들이 용돈을 받는 설날이나 추석 전날 통장을 정리해 아이들에게 "네 돈이 지금 이만큼이 됐다"고 보여준다.
모인 돈도 돈이지만 아이들의 경제관념을 키우는 계기로 삼는 것이 세뱃돈 재테크의 핵심이다. 아이들은 설날이 다가오면 "통장을 정리해 보여달라"고 하고, 둘째는 돈 모으는 재미를 쏠쏠하게 느껴 돈만 생기면 통장에 넣느라 바쁘다. 심지어 주가가 한창 떨어졌을 때는 "내 돈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묻는 등 경제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이 팀장은 "펀드 적립은 기한을 계속 연장할 수 있고 어릴 때 시작할수록 목돈을 만들 가능성이 커진다"며 "장기로 굴릴 것을 감안해 장기적으로 성과를 내는 가치주 펀드, 수탁고가 많은 대형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특히 어린이 펀드에 가입하면 대부분의 은행들이 연 1,2회 개최하는 경제교실에 참가할 기회를 주는 등 부가 혜택도 제공한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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