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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설/ 세뱃돈, "불황인데" 짠손…체면이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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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설/ 세뱃돈, "불황인데" 짠손…체면이 울고…

입력
2009.01.23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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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를 줄까. 또 얼마를 받아야 하나. 설날 아침. 집집마다 은근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세뱃돈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며 유치원생 조카나 고등학생 조카나 달랑 1만원 한 장을 주자니 영 기분이 개운치 않다. 그렇다고 이 경제불황기에 몇 만원을 덥석 쥐어줄 수도 없다.

적게 주자니 체면이 울고, 많이 주자니 지갑이 우는 세뱃돈. 부담감과 유쾌함이 묘하게 공존하는 이 풍습은 언제부터 생겨난 것일까. 당신이 알아두면 좋을 세뱃돈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들.

■ 각국의 세뱃돈 풍습, 한국은 근대화 이후

세뱃돈의 유래와 역사는 불명확하다. 그러나 국내 민속학자들은 세뱃돈의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19세기 조선 순조 당시의 세시풍속을 묘사한 '동국세시기'는 설날 덕담 풍습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지만 세뱃돈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세뱃돈의 원조는 중국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중국엔 '홍파오'(紅包)라는 붉은 봉투에 돈을 넣어 주며 '돈 많이 버세요'라는 덕담을 건네는 풍습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 일본에도 세뱃돈 풍습이 근대 이전부터 전해져 왔다.

에도시대(17~19세기) 도시지역 중심으로 있던 '오도시다마'라는 풍습이 1960년대부터 전국적으로 퍼졌다. 베트남에서도 '리시'라는 세뱃돈 풍습이 있으며, 몽골에서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세뱃돈을 건네고,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풍습이 있다.

국내 세뱃돈 문화는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일제시대 오도시다마 풍습이 서울 상류층 일부 가정에 전해지면서 시작됐을 거라고 여겨진다.

세뱃돈 풍습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것은 근대화가 시작된 1960년대 이후이며, 1980년대에는 보편적인 설 풍습으로 자리잡게 됐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민속학과 교수는 "예전엔 세뱃돈보다 설빔 마련이 우선이었다"며 "1960년대 근대화와 지폐의 보편적 사용이 세뱃돈 확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주장했다.

■ 2조원대 규모, 설 경제의 한 축

한 명 한 명에게는 세뱃돈이 쌈짓돈 같아 보이지만 전체 규모를 감안하면 어마어마하다. 연간 세뱃돈으로 어른들 주머니에서 나가는 금액은 대략 2조원대로 추산된다.

조 단위의 돈이 풀리다 보니 설 연휴 직후 유통시장은 고사리 손들이 쥐락펴락한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의 경우 지난해 설 연휴 이후 나흘 간 10대들의 상품 구매량은 월 평균보다 30% 가량 높았다.

세뱃돈에 대한 어른들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몰 우리닷컴이 성인 4,0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0.7%가 10~20만원의 세뱃돈 지출을 예상했다. 22.5%는 5만~10만원, 16.8%는 20만~30만원을 세뱃돈 지출 규모로 잡았다.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세뱃돈의 적정 액수는 얼마일까. 대한생명이 지난 20일 임직원 3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초등생에게는 2만원, 중ㆍ고교생에게는 3만5,000원 정도를 주는 것이 적당하다고 응답했다.

■ 세뱃돈의 의미와 예의 찾아야

세뱃돈의 전달 방법도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빳빳한 신권 지폐를 주는 것을 넘어서 외화나 상품권 등으로 세뱃돈을 대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외환은행이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 중국 위안화, 호주 달러화 등을 묶어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외화 세뱃돈 세트는 올해도 10만 세트가 동이 난 인기 상품이다. 저축통장이나 도서상품권, 온라인 교육사이트 수강권 등도 세뱃돈을 대체하고 있다.

다양한 유형의 세뱃돈이 등장하고 있지만, 우리의 세뱃돈 문화에서는 정작 의미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단지 설 연휴를 즐기는 데 쓰라는 용돈의 성격만 강할 뿐 중국처럼 '올해는 재산을 많이 모으라'는 덕담의 의미까지는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세뱃돈을 주는 방식, 받는 방법에도 예의가 실종됐다는 비판이 있다. 중국과 일본, 베트남에서는 세뱃돈을 전용 봉투에 담아서 준다. 주영하 교수는 "가치와 의미를 알지 못하고 세뱃돈을 주고 받고 있다"며 "세뱃돈 풍습을 비롯해 설날 예의를 새롭게 확립하는 방안을 민간 차원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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