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는 본래 다양한 인종을 하나의 정치 공동체로 묶어내는 수단입니다. 한국은 '핏줄'에 집착하는 배타적 자세를 버리고 민족주의를 건설적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사회학)가 저서 <한국 민족주의의 계보와 정치> (창비 발행) 국내 발간에 맞춰 방한했다.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이기도 한 신 교수는 워싱턴과 서울의 정치적 가교 역할도 하고 있다. 한국>
그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치ㆍ외교 현안에 대한 질문에 말을 아끼면서도 "오바마 정부는 부시 정부보다는 유연하겠지만, 김정일 정권에 요구할 것은 분명히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클린턴이 '패키지 딜'(일괄타결식 외교), 부시가 '액션 포 액션'(상호주의 개념의 외교)으로 서로 다른 입장을 취했는데, 오바마는 아직 방향을 확정하지 못한 것 같다"며 "정책의 윤곽이 나오려면 반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이후의 북한에 대해서 신 교수는 "김씨 집안은 상징적으로 존재하면서, 군부가 실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바마는 경제난, 이라크 문제 등을 처리하느라 상반기가 지날 때까지는 대북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조급함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의 <한국 민족주의의 계보와 정치> 는 2006년 미국에서 먼저 발간돼 강고하고 폐쇄적인 한국 민족주의에 대한 서구인의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해왔다. 신채호, 안창호 등 인물 중심의 기존 연구방법에서 벗어나, 사회학적 관점으로 한국 민족주의의 흐름을 추적했다. 한국>
신 교수는 "민족주의 자체는 중립적이지만, (한국에서는) 이데올로기와 합쳐지면서 파시즘의 특징을 띠게 된 것 같다"며 한국 민족주의에 대한 서구의 부정적 시선을 소개했다.
"19세기 말 민족주의가 처음 들어올 때는 '시빅(civicㆍ공민성의 개념)'했는데,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에스닉(ethnicㆍ좁의 의미의 민족)'해졌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신 교수는 "한국이 이미 다인종 사회로 들어선 만큼, 타 민족들도 수용할 수 있는 민주적 담론 틀로 민족주의를 진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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