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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전문가들이 본 문제점 "시너 뿌렸는데 물로 진화한 것 상식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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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전문가들이 본 문제점 "시너 뿌렸는데 물로 진화한 것 상식 밖"

입력
2009.01.2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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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 사망, 23명 부상이라는 참사를 빚은 경찰의 용산 철거민 농성 진압작전은 사전 정보수집부터 작전계획, 작전실행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문제점을 안고 있었던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경비업무에 경험이 많거나 이론적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의 눈에 경찰의 이번 작전은 한마디로 '속전속결을 앞세운 무모한 밀어붙이기'로 요약됐다.

우선 사전 정보수집 단계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상원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당시 철거민들이 농성 중인 건물의 옥상 망루에 시너가 수십 통 있었는데 그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거나, 그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그렇지 않았다면 작전이 완전히 바뀔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전 정보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거나, 정보분석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은 이 작전이 졸속으로 추진되었음을 말해준다"고 평가했다. 경찰 관계자조차 "철거민들의 시위가 일반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할 정도였는지 의문"이라며 "무엇보다 먼저 위협 정도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서둘러 졸속으로 추진한 작전은 안전대책 미비로 이어져 결국 많은 사상자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전직 경찰관과 소방관들의 모임인 대한민국무궁화클럽 전경수 회장은 "전날 시위 현장에 화염병이 등장했다면 인화성이 큰 시너로 인해 화재가 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면서 "기름이 물에 뜨기 때문에 유류 화재 시에는 물을 뿌리지 않고 분말 등을 이용한다는 것은 상식인데 이 곳에 물대포를 계속 쏘아댄 것은 결정적인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건물 주변에 안전매트리스를 설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경찰은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던져 화재 위험이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이상원 교수는 "매트리스에 물을 뿌리고, 주변에 소화기를 비치해 화재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고 일축했다. 이 교수는 "진압작전에 앞서 경찰은 물론 시위자의 안전까지 고려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진압작전이 너무 서둘러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건물 출입을 통제한 상황에서 철거민들의 저항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였다는 것. 이성길 대전 중부대 경찰법학부 교수는 "철거민들이 옥상을 점거한 것은 만 하루에 불과했다"면서 "며칠 여유를 두고 이들을 설득하려 하지 않고 거세게 저항하는 시점에 무력을 동원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전경수 회장은 "시위대는 외부에서 일체의 물품을 공급받지 못하도록 고립된 상태였다"며 "화염병이 떨어지거나 지칠 때까지 기다려 피해를 최소화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컨테이너를 옥상에 올려 경찰특공대를 투입한 것은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쓴 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 회장은 "화염병이 날아다니는 상황에서 컨테이너 작전을 강행한 것은 막가파식 진압방법"이라며 "진압하는 경찰이나 진압당하는 철거민 모두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원 교수는 "특수훈련을 받지 않은 철거민들을 대상으로 마치 대간첩 작전이나 전쟁 상황을 방불케 하는 작전을 펼친 것은 경찰의 명백한 잘못"이라고 말했다.

의사결정과정의 문제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성길 교수는 "작전 수행 전까지 수 차례 회의를 거치고, 수많은 사람이 의사결정에 참여했을 것"이라면서 "충분히 예상되는 문제를 간과한 것은 철거민 문제를 빨리 마무리하고 경찰청장에 오르려는 김석기 서울청장의 공명심과 그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그릇된 충성심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허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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