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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만의 미디어 비평] 현실감 결여된 '꽃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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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만의 미디어 비평] 현실감 결여된 '꽃남'

입력
2009.01.2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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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드라마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어릴 적 드라마 속에 나오는 화려한 거실과 소파를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해놓고 살아야지 하는 꿈을 꾸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는 왜 저렇게 살지 못할까?’ 하는 불만을 갖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드라마는 우리에게 대리만족이라는 좋은 경험을 제공한다. 극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을 보면서 화를 내기도 하고 슬퍼하거나 즐거워하기도 하는 등 감정이입을 통해서 극중의 인물과 나를 동일시하면서 극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것이 바로 드라마다. 또한 드라마는 사람들 간의 관계를 다루기 때문에 시청자는 극의 전개 과정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특히 가족물이나 애정물 또는 리얼리티 드라마의 경우 우리의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마치 실생활에서 직접 경험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 그래서 이런 유형의 드라마에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내용이 묘사되면 그만큼 비난이 거세지는 것이다.

요즈음 일본 만화를 리메이크한 KBS2 ‘꽃보다 남자’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는 방송사에서는 오랜만에 시청률이 20%를 넘는 히트작이라고 대단히 만족해하는 것 같다. 이 드라마의 주 시청계층은 30대 이하의 젊은 층이란다. 나도 늦둥이의 성화에 못 이겨 첫 회부터 열심히 시청하고 있다.

중학생인 우리 아이가 말하길 “이런 프로그램을 보지 않으면 학교에서 아이들과의 대화에 끼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방송의 특성 중의 하나인 화제성이 실제 사회에서 잘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이 ‘꽃보다 남자’를 보면서 솔직히 필자 역시 재미를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아주 많아 당혹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상황 설정이나 전개가 너무 황당하다고나 할까.

고등학생들이 보여주는 애정 표현에 대해서 뭐라고 하면 구태의연한 구세대로 치부할 게 뻔해서 이러한 언급은 차치하고라도, 지나치게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자못 혼란스럽다.

분위기 있는 고급 술집을 아직은 고등학생인 주인공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만든 장면, 여학생이 술에 취해 남자 선배의 집에서 자고 일어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 마음 속으로 연모하는 선배를 위해 떠나가는 선배의 연상의 연인에게 여학생이 무릎을 꿇고 가지 말라고 부탁하는 모습 등은 현실감이 결여되고 매우 어색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것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필자가 고리타분하기 때문일까? 그러나 함께 드라마를 보고 있는 아이 역시 억지 설정이 많은 것에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나라간 세대간에 문화적 차이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래서 비록 드라마가 허구의 세계이기는 하지만 또 다른 세상을 엿보는 재미를 제공한다고 백보 양보하여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꽃보다 남자’는 아무래도 도를 넘어선 것 같다는 생각을 끝내 떨칠 수 없다.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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