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들은 좋겠다. 한 방송사의 공룡 다큐멘터리를 보다 든 생각이다. 몸집 크지 힘 좋지, 천하무적 아닌가. 그러고 보니 텔레비전 앞에 앉은 가족들 표정도 나와 비슷하다. 큰아이는 과학고를 탐방했다. 식물원처럼 멋진 학교 건물에 반해 '열공'해서 꼭 입학해야지 결심하려는 순간, 전 학년 성적이 전교 1, 2등은 돼야 한다는 소리에 기가 팍 꺾인 참이다. 남편은 뭐랄까, 이거 애들 프로 아냐, 라고 한 건 언제고 지금은 자신이 대지를 울리며 달려가는 타르보사우루스가 된 듯 몽롱한 눈빛이다.
공룡처럼 뛰면서 그는 "현상 유지"를 외치고 있을 것이다. 두 돌이 채 되지 않은 작은아이는 공룡의 생김새와 크기에 놀라 배경음악이 조금이라도 커질라치면 새끼 벨로키랍토르처럼 뒤뚱거리며 도망 와 내 등 뒤로 숨는다. 좀 산만한 나는 아직 갈 길이 먼 걸까, 첨단 CG를 분석하다가 남쪽 지방에서 본 거대한 공룡 발자국을 떠올렸다가 진화의 정점에서 사라진 공룡의 최후에 대해 상상해본다.
아무튼 공룡들은 좋겠다. 공룡에 열광하는 아이들은 그렇다치고 어른인 우리는 왜 공룡에 빠져드는 걸까. 또다른 방송사에서도 공룡 다큐멘터리를 방송할 모양이다. 동심의 세계로 빠져드는 걸까 아니면 현실 속의 우리가 작고 초라하게 느껴져 공룡처럼 힘세고 거대한 어떤 존재를 그리워하는 때문일까.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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