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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새로운 미국'/ 오바마 "이 나라가 의지하는 것은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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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새로운 미국'/ 오바마 "이 나라가 의지하는 것은 국민"

입력
2009.01.2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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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연설은 결의와 다짐으로 가득 찼다. 끝나지 않은 두개의 전쟁,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등 미국 앞에 놓인 엄청난 과제들과의 싸움이 짧지 않은 시간동안 힘겹게 계속될 것이라는 비장한 각오가 곳곳에 묻어났다. 그러면서 미국 국민은 이를 극복할 것이라는 희망과 신뢰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미국민에게는 선조들이 물려준 희생정신과 신념이 있다는 자긍심을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연설은 어둠과 고난으로 시작했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희망과 통합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연설 첫 문장부터 희생을 언급했다. "우리 조상들이 짊어졌던 희생"으로 운을 뗀 오바마 대통령은 "선조들의 이상과 건국의 기록에 충실하는 것"이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의 토대라고 말했다.

그가 선조를 강조한 것은 현재의 미국이 건국, 노예해방과 같은 결단과 노력, 책임감을 요구하는 위기상황 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오로지 희망과 미덕만이 살아 남는다"는 연설 구절을 인용하며 "희망과 미덕으로 얼음처럼 찬 조류에 맞서고 폭풍우를 견디자"고 호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희생과 책임감의 복원을 위해 우선 '과거와의 단절'을 주문했다. 명시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데 집단적인 실패를 했다"고 말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실정을 상당 부분 거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가안보에 대해 "우리의 안전과 이상 사이에서 선택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므로 거부한다"며 "이상은 여전히 세계를 밝히고 있기 때문에 편의를 위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정당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불법 도ㆍ감청 등 인권과 자유를 후퇴시킨 것을 바로잡겠다는 표현이다.

미국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이 바로 옆 자리에 앉아 있는 취임식장에서 전 대통령의 잘못을 언급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을 해치고자 하는 "폭력과 증오의 광범위한 네트워크"에 대해서는 "우리가 상대를 쳐부술 것이며 상대는 우리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결의를 다졌다.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이념의 굴레를 탈피하는 실용의 정치도 강조됐다. "냉소적인 사람은 발 밑에 땅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오랫동안 피폐하게 한 썩은 정치논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 물어야 할 것은 정부가 크냐, 작냐가 아니라 국민이 적지 않은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찾는 것을 도와줄 수 있도록 작동하느냐 여부"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해야 하지만, 이 나라가 의지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미국민의 신념과 결의"라며 국민에게는 근면과 정직, 용기, 페어플레이, 관용, 호기심, 충성과 애국심 등 과거의 미덕과 가치로 돌아갈 것을 주문했다.

짧게 언급한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서의 소회도 강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60년 전에는 식당 종업원으로도 일할 수 없었던 사람을 아버지로 뒀던 사람이 지금 가장 신성한 다짐을 하기 위해 여러분 앞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의 특별한 슬픔은 모든 미국인들의 보다 큰 열망과 연결된 것"이라고 해 흑인 대통령이 내포할 수 있는 계층과 인종의 분리를 경계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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