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 지상파 3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대형 기획드라마나 고비용의 사극 제작을 줄이고, 시청률이 낮은 단막극과 일일극을 축소하는 등 드라마 산업의 규모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이다.
과거 한류 열풍의 주역이었던 드라마의 위기는 문화 콘텐츠의 부실화를 부르는 악순환을 낳는다. 위기의 드라마 산업의 현황을 살펴보고 개선점을 모색하는 '드라마 산업 진흥을 위한 종합포럼'이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방송영상진흥원(KBI) 주관으로 20, 21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렸다.
■ 경제난, 고액출연료가 위기 불러
포럼에 참여한 이만제 KBI 글로벌콘텐츠 빅5팀장은 "1월 들어 지상파 방송사의 1주일당 드라마 편성시간은 3,080분 가량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지난해 4월의 3,370분에 비해 10%정도 감소한 수치"라며 "1월 12~18일 지상파에서 방송된 38개 드라마 중 18개가 재방송일 정도"라고 지적했다.
실제 경제위기 이후 25% 가량 광고 판매가 급감한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난 개편 때 20개 프로그램을 폐지했고 이로 인해 드라마는 10%나 줄었다. 이 팀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명품 드라마가 만들어지려면 영화 수준의 기금이 조성되고 지원 대상도 독립제작사에만 그치지 않고 지상파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개인 창작자에까지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드라마 제작비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스타들의 출연료 역시 드라마의 위기를 초래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영덕 KBI 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출연료가 제작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정도인 반면, 상대적으로 제작비 규모가 일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리는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콘텐츠의 질적인 부분을 저하하는 원인이 된다"라며 "제작자와 출연자가 함께 살아남을 수 있도록 출연료를 결정하는 체계적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추정된 '겨울연가'에서 볼 수 있듯이 드라마, 특히 킬러 콘텐츠의 위력은 대단하다.
대만에서는 '대장금' 방영 이후 LG전자의 가전제품 시장점유율이 1위로 올랐고, 현대자동차 판매량이 2002년 연간 3,743대에서 2005년 1만8,527대로 치솟을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이렇다 할 킬러 드라마가 생산되지 않고 있어 드라마 산업의 원동력인 한류마저 흐지부지되는 분위기이다.
구본근 SBS 드라마국장은 "드라마 '천국의 계단' 성공 이후 '천국의 나무'를 킬러 콘텐츠로 의도해 제작했지만 실패한 데서 알 수 있듯 단순히 야심만으로 좋은 드라마를 만들기는 어렵다"라며 "창의적인 작가와 PD들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현재 사라진 단막극의 부활을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아서라도 이뤄내야 그야말로 '리딩 드라마'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 정부 "1,500억원 규모 펀드 조성"
포럼에서는 이 같은 드라마 산업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도 공개됐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21일 포럼에서 "정부는 경제위기로 위축된 드라마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한류 견인차로 육성하기 위해 '드라마 산업 진흥계획'을 수립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장관은 "드라마 산업의 재원 확보를 위해 문화부가 모태펀드를 출자해서 1,500억원 규모의 '드라마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라며 "방송영상산업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융자사업의 이율을 기존 4.5%에서 2.5%로 대폭 낮춰 드라마 제작 현장의 어려움을 정부 및 유관기관도 함께 분담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각종 하드웨어를 만들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방안도 발표됐다.
유 장관은 "경기 한류우드 지역 내 실내 스튜디오 중심의 '디지털 방송콘텐츠 클러스터'를 문화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공동사업으로 추진하고, 대전 엑스포 부지에 야외세트장 중심의 'HD 드라마 타운'을 건립하겠다"며 "2010년까지 드라마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드라마 프로듀서 스쿨'도 신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부는 또 관련 부처와 협의를 통해 방송 중 간접광고(PPL) 허용 등도 모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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