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지난 아들을 둔 주부 김모(32)씨는 요즘 말 못할 고민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출산한 뒤부터 오줌을 지려 속옷을 적시는 일이 가끔 있기 때문이다. 혹시 오늘 밤도 하는 생각에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외출도 자제하고 누가 알까 싶어 사회생활도 제대로 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김씨처럼 출산을 경험한 상당수 여성들이 자신도 모르게 소변이 새는 요실금(尿失禁ㆍ소변찔끔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기온차로 인해 기침과 재채기가 늘어나 요실금 증상이 심해진다. 또 다른 계절보다 땀 분비가 줄어 소변량이 자연히 늘어나기도 한다.
■ 국내 여성 422만명 앓아
요실금은 분만 시 태아의 머리가 산모의 질(膣)을 통과하면서 골반근육이나 요도괄약근에 손상을 줘 생긴다. 방광을 지지하는 골반근육이 느슨해져 기침 등으로 갑자기 가슴압력이 올라가면 방광이 뒤로 밀리면서 소변이 새는 것이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이 없기 때문에 일상생활의 불편은 물론, 성생활 만족도마저 급격히 떨어져 부부관계가 악화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웃을 때나 기침, 재채기, 줄넘기 등을 할 때 배에 힘이 들어가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소변이 새 나와 사회생활에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요실금은 일반적으로 성인 여성의 35~40%에게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규성 교수팀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는 422만명의 여성이 요실금으로 고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1억명 이상의 여성이 증세를 겪고 있다.
요실금은 원인에 따라 복압성(긴장성), 절박성, 일출성(溢出性) 요실금으로 나뉜다. 가장 흔한 요실금은 복압성으로 분만 이후 골반근육이 약해지고 골반이 느슨해지면서 방광과 요도가 처져 생긴다.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조사에 따르면 요실금의 48.8%가 여기에 속한다. 기침, 재채기, 줄넘기를 하거나 배에 힘이 들어갈 때 소변이 나오면 복압성 요실금이라 할 수 있다.
절박성 요실금은 요실금의 7.7%를 차지한다. 절박성이란 말 그대로 소변이 몹시 급해지면서 변기에 앉기도 전에 속옷을 적시는 증상을 말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뇌졸중이나 치매, 추간판탈출증(디스크) 등 신경계통 질환이 있거나, 당뇨병이나 자궁 수술 후 발생한다. 밤에 자다가 수시로 소변을 보기 위해 깨며 낮에도 2시간에 한 번 이상 소변을 본다. 복합성과 절박성이 결합된 혼합성 요실금도 41.6%나 된다.
일출성 요실금은 전체 요실금 환자 가운데 5% 정도다. '넘쳐 흐른다'는 뜻으로 방광의 수축력이 약해지거나 전립선비대증이 심해 방광에 소변이 가득차고 넘쳐흐르는 상태를 말한다. 소변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아주 약하게 나온다. 소변본 뒤에도 개운치 않으며 심지어 잠잘 때에도 소변이 흘러 옷을 적시기도 한다.
■ 수술보다 케겔운동부터
요실금 치료는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수술보다 우선 항문을 죄는 골반근육 강화법(케겔운동)부터 시작하는게 좋다. 케겔운동은 항문과 질 근육을 10초간 죈 뒤 10초간 풀어주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다.
한 번에 20~30회씩 아침 점심 저녁 3차례 하는 것이 좋다. 다만, 케겔운동을 할 때 하복부와 허벅지 근육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잘못하면 요실금이 심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운동을 하면 요실금 환자의 30~40%에서 요실금이 없어질 수 있다.
케겔운동이 여의치 않은 환자는 전기를 이용해 골반근육을 강제로 움직이게 하는 전기자극 치료를 해야 한다. 질 내에 20~450g의 원추형 콘(cone)을 넣고 이것이 빠지지 않도록 골반근육을 수축 운동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바이오피드백'이라는 기구를 사용하면 환자가 자신의 골반근육이 수축할 때 근육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 효과적으로 골반근육운동을 할 수 있다.
옷을 입고 의자에 편안하게 앉아 치료를 받는 마그네틱 요실금치료기도 골반근육운동의 보조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 자석(마그네틱)이 회전하면서 발생하는 자장이 골반근육을 자극해 요도 주변의 근육을 강하게 하는 것으로 치료 기간은 주 2회씩 6주간 모두 12회 실시하며 한 번 치료에 25분 정도 걸린다.
골반근육훈련 등이 효과가 없거나 요실금 정도가 심하면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수술법은 인공물질인 테이프로 요도를 지지하는 테이프수술법이다. 이 수술법은 기존 수술법과 달리 부분 마취를 통해 요도에 특수 테이프를 삽입해 근육과 인대의 긴장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주명수 교수(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이사장)는 "중증 요실금 환자 305명을 테이프수술법으로 치료한 결과, 96.6%의 치료 성공률을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수술법은 최소 5~7일간 입원해야 하지만 테이프 수술법은 입원을 하지 않거나, 길어도 2~3일만 입원하면 된다.
하지만 '이쁜이수술'로 알려진 질전벽협축술은 요실금 치료법이 아니다. 일부 산부인과에서 요실금 치료의 일환으로 외음부의 소음순을 좁혀주는 이쁜이수술을 하고 있지만, 이는 질 입구만 조금 좁힐 뿐 처진 방광 자체를 올려주지 못하고 성생활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쓸모없는 수술이다. 요실금을 치료하고 성생활 만족도를 높이려면 질 입구는 물론 내부, 근육까지도 좁혀줘야 하기 때문이다.
절박성 요실금의 경우 1차 치료법은 약물(항콜린제)이다. 적어도 6개월 이상 꾸준히 약물치료를 하면 70% 정도가 증상이 호전된다. 약물치료에 실패하면 신경을 전기로 자극하는 수술인 신경조정술이 효과적이다.
비만이 만병의 주범인데, 요실금도 예외가 아니다. 비만을 예방할 수 있는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이 요실금 예방의 제1수칙이며, 수영이나 에어로빅보다는 가벼운 등산이 좋다. 또한 방광을 자극하는 술이나 커피, 카페인, 맵고 짠 음식, 인공 감미료를 삼가고 규칙적으로 배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약도 가려 먹어야 한다. 감기약은 요도 압력을 높이고, 이뇨제는 소변량을 늘리며 항히스타민제나 항우울제 등은 방광 수축을 억제한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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