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핵심 인맥으로 경찰 수장에 화려하게 등극하는 듯했던 김석기 경찰청장 후보자가 ‘용산 철거민 진압 참사’로 청장 내정 사흘 만에 낙마 위기에 처했다. 경찰의 이례적인 초강경 진압으로 6명이 숨지고 23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빚어진 데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마저 책임자 문책 요구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김 후보자는 서울경찰청장으로서 이번 진압작전의 직접적인 지휘선상에 있는 데다, 사실상 최고 책임자 역할을 맡아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어청수 현 경찰청장은 지난 주말 이미 사의를 표명하고 사실상 현직에서 발을 뺀 상태다. 작전에 투입돼 강경 진압에 나선 경찰특공대도 김 후보자 휘하의 서울경찰청 직할부대다. 경찰 수장이 경찰권 집행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례는 이전에도 적지 않았다. 최근의 경우 2005년 11월 여의도 농민대회에 참석했던 농민 1명이 숨졌을 때 허준영 경찰청장이 지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김 후보자가 평소 불법 집회ㆍ시위에 대해 원칙적 대응을 강조하는 강경파로 통했던 점도 김 후보자에겐 부담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7월 서울경찰청장으로 부임한 후 최루액과 색소분사기 사용, 검거 위주의 시위 진압 등 강경 대응에 나섰고, 시위자를 검거한 경찰관들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이번 사건 발생 하루 전인 19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불법 시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의 이 같은 ‘강경’ 성향이 경찰의 무리한 진압작전으로 이어져 대형 참사를 불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진압작전으로 농성 철거민들 뿐 아니라 경찰관 1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당하는 큰 희생을 치렀다는 점에서 작전 실패에 따른 지휘책임도 적지 않다. 특히 김 후보자는 고위직에 오르기 전 주로 외사 업무를 다뤘고 시위현장을 직접 지휘한 경험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경찰청장 내정 후 첫 작품을 만들겠다는 욕심에서 섣부른 무리수를 둬 화를 자초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따라 김 후보자가 경찰청장 임명을 위한 국회 인사청문회도 치르지 못하고 물러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당장 김 후보자 파면을 요구하고 나섰고,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의원도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며 문책론을 제기했다.
이날 사고 현장을 둘러본 김 후보자는 취재진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10분만에 떠났다. 그는 TK(대구ㆍ경북) 실세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돼 지난해 3월 치안정감으로 승진하고, 그해 7월 서울경찰청장 부임한 뒤 다시 경찰 총수에 내정되기까지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하지만 하루 밤 새 달라진 상황 앞에서 김 후보자의 ‘총수 꿈’은 일장춘몽이 될 위기에 놓였다.
송용창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