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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양털 깎기' 금융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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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양털 깎기' 금융자본주의

입력
2009.01.2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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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혁명의 구조> 의 저자 토마스 쿤에 따르면 어떤 과학이론에 의해 지식이 발전하다 어느 순간 그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상현상(Anomaly)이 나타나고, 그 시대의 과학자들이 공유하는 패러다임(Paradigm)으로는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없게 된다. 이때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 새로운 이론이 출현한다.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뀌는 과정도 한 사례다.

인문ㆍ사회 학자들도 많이 원용한 쿤의 인식으로 보면 지구촌이 경제위기를 맞이한 지금이 경제이론의 혁명기로 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존, 무제한적 자유방임을 요구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패러다임에 심각한 이상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균형을 중시하는 뉴턴 역학식 자본주의가 한계에 봉착하면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최근 "투기에 기초한 금융자본주의는 부도덕하다"며 '새로운 자본주의'의 필요성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미국에서는 지식인들의 자성이 이어지고, 일본에서는 고이즈미 정권의 신자유주의 노선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던 한 학자의 참회 저서가 불티나게 팔리고있다.

논의 방향은 두 갈래로, 자본주의 대안체제를 모색하거나, 체제는 유지하되 '인간적, 도덕적 자본주의' 등으로 옷을 갈아 입는 것 등이다.

뉴스위크는 중국식 자본주의를 'Command Capitalism'으로 표현하고 경제위기에도 성장을 거듭하는 원인을 분석, 'Financial Capitalism'과 대비시켰다. 또 제프리 가튼 예일대 경영대학장은 정부 소유 거대기업들이 활약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의 약진을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 강화로 간주하는 등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고찰이 진행중이다.

자본주의(Capitalism)는 자본(Capital)이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시스템의 속성상 자칫 '돈만 있으면, 돈을 위해서 라면' 뭐든 할 수 있는 탐욕스런 시스템으로 전락한다. 마르크스의 <자본론> 에서 보듯 애초 이 단어는 부정적 용어였고, 최근 '깡패 자본주의'를 비판한 저서 <미국의 경제 깡패들ㆍgangs of america> 도 위기의 자본주의를 고발한다.

현재 미국이 스스로 초래한 경제위기를 처리하는 방식은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 때와 180도 다르다. 한국에 대해서는 고금리와 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실업, 기업도산을 유도한 뒤 경제 빗장까지 열게 했으나, 미국에서는 저금리와 대규모 부양책, 부실산업 지원, 보호무역 등이 진행되고있다.

헤지펀드 등 국제 금융세력의 음모를 파헤친 <화폐전쟁ㆍcurrency wars> 의 저자 쑹훙빙의 충고는 들을 만하다. 그는 "동남아 외환위기때 금융세력은 한국 등 네마리 용에 대해 '양털깎기'를 했다"고 주장한다. 신용대출을 확대해 거품을 조장하고 통화량을 갑자기 줄여 경제불황과 재산가치 폭락을 유도한 뒤, 헐값에 손에 넣는 수법이 양털깎기(Fleecing of the Flock)다. 우리가 눈뜨고 당한 그대로다.

음모론적 시각에서 미국 경제위기도 금융세력의 '양털깎기' 과정이고, 이들의 빈 곳간을 다시 국민 세금으로 채우고 있다. 문제는 하이에나 같은 국제금융세력을 통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조재우 경제부 차장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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