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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조선 1차 구조조정/ 몸사린 은행들 '눈치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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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조선 1차 구조조정/ 몸사린 은행들 '눈치작전'

입력
2009.01.2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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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고심한 흔적은 있지만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금융감독원과 주채권은행들이 20일 건설사ㆍ중소조선업체(112개)를 대상으로 한 1차 신용위험평가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냉담하다. 퇴출되는 기업은 단 2개(대주건설ㆍC&중공업)에 그쳤고, 워크아웃 대상 기업도 14개에 불과했다.

퇴출과 워크아웃을 합쳐 최소 20개는 넘어야 한다는 시장의 기준과는 동떨어진 결과. 금융당국은 당초 예정(23일)보다 3일이나 일찍 발표하며 '속도전'에 치중한 반면, 시장은 구조조정 자체의 '실효성'에 무게를 두며 시각차만 확인했다.

다만, 새로운 수장(진동수 금융위원장)을 맞은 금융당국이 향후 더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 출발부터 한계 드러낸 자율 구조조정

이번 1차 평가로 외환위기 이후 국내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데 의미가 적지 않다. 하지만 칼자루를 쥔 것이 정부가 아니라 채권단(은행)이었다는 게 문제였다.

정부는 기업 부실이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은 특수한 사정을 감안해 자율적 구조조정을 강조했지만, '구조조정=부실확대'라는 인식을 가진 은행들은 몸을 사릴 수 밖에 없었다.

실제 은행들은 거래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거나 퇴출 당하면 채권의 20~50%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채권단이 정한 평가기준도 애초부터 문제가 있었다. 건설업체의 경우 기업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절대지표인 재무항목(40%)보다 비재무항목(60%)이 더 커 '고무줄 평가'가 불가피했다.

중소 조선업체의 경우 비재무항목이 70%에 달했다. 이렇다 보니 은행간 극심한 눈치자전까지 나타나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었다.

■ 구조조정 대상기업 늘어날 가능성 커

구조조정이 미진하다는 시장의 평가를 의식한 금융당국은 B등급을 받은 회사도 향후 C등급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경제상황 변화 등에 따라 필요한 경우 2008년도 결산 확정 이후 주채권은행 신용위험 재평가 등을 통해 추가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에 대해서도 "A나 B등급을 받은 해당 기업이 1년 안에 부실화되면 제재 규정에 따라 엄중 문책할 것"이라고 압박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유동성 지원대상인 B등급을 받았더라도 향후 시장 상황과 당국의 의지, 채권단 협의 등을 통해 얼마든지 워크아웃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B등급 기업에 신규 자금을 줄 경우 자구계획을 받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겠다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B등급 기업에 대해서도 채권단끼리 협의해 선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등급이 한번 정해졌다고 계속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효과는 미지수지만 대상은 확대

구조조정 명단을 발표했지만 그 효과는 하반기 때나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퇴출 기업은 자구노력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해 즉시 효과가 있지만, 워크아웃 대상 기업의 경우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일단 채권단이 모여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할 때까지 통상 3개월이 걸린다. 만약 채권단의 이견이 있을 경우 C&중공업에서 보듯이 워크아웃 자체가 불발돼 퇴출될 수도 있다.

또 C와 D등급을 받은 기업들이 평가기준을 문제 삼아 법적 소송을 진행할 경우 구조조정은 늦춰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지역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 때문에 '정치적 개입'의 소지까지 있어 효과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편, 금융감독원과 채권단은 시공능력 100위 이하 건설사 및 1차 평가에서 제외된 14개 조선사에 대한 평가를 이르면 다음달부터 실시할 계획이다. 당국은 또 향후 구조조정 대상을 자동차 부품사나 석유화학, 철강 등 부실 징후가 보이는 다른 업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손재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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