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 용산구 재개발 지역 건물 옥상에서 농성 중이던 철거민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6명이 숨지고 23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빚어졌다.
화염병과 시너가 가득한 농성장에 경찰이 별다른 대비도 없이 경찰특공대를 조기 투입, 무리한 진압작전을 벌여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진압작전을 승인한 김석기 경찰청장 후보자(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지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한강대로변 재개발지역 4층 건물 옥상에서 이틀째 점거 농성 중이던 철거민 40여명을 경찰이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이모(70), 양모(55)씨 등 5명과 경찰특공대 김모(32) 경장이 숨지고 철거민 6명과 경찰관 17명이 부상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지문감식과 유전자 분석을 통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망자 3명의 신원을 확인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45분께 경찰특공대가 컨테이너 박스를 타고 건물 옥상에 진입, 본격 검거에 나서자 농성자들은 화염병과 시너를 뿌리며 거세게 저항했다.
옥상 진압작전이 시작된 지 40여분만인 7시 26분께 철거민들이 옥상에 설치한 5m 높이의 망루에서 갑자기 ‘펑’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으면서 옥상 전체로 번졌고 망루는 1분도 안돼 무너져 내렸다. 철거민들이 농성장에 놓아둔 70여개의 시너통에 불이 한꺼번에 옮겨 붙는 바람에 철거민들과 경찰대원들이 피할 새도 없이 화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그러나 농성자들이 다량의 시너통을 마련해 둔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해 화재 대비에 소홀했고, 충분한 협상도 없이 농성 시작 25시간 만에 대 테러임무를 수행하는 경찰특공대까지 투입해 대형 참사를 빚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목격자들은 “경찰이 매트리스도 준비하지 않았고, 단 한 차례 경고 방송을 한 뒤 토끼몰이식 검거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수정 서울경찰청 차장은 “철거민들이 도심지 한복판에서 화염병 150개, 염산병 40여개, 벽돌 1,000여개를 무차별로 투척하는 ‘도심 테러’를 벌여, 더 이상 지체하면 시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판단해 조기 진압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19일 저녁 7시 김석기 청장과 차장, 기능별 부장들이 참석한 대책회의에서 김 청장이 특공대 투입을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작전에는 경찰특공대 5개 제대 90명과 전경 18개 중대 1,600여명이 투입됐다.
한편 검찰은 사건 직후 곧바로 정병두 서울중앙지검 1차장을 본부장으로 수사본부를 설치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본부는 중앙지검 형사3부와 서부지검 검사 7명, 수사관 13명으로 구성됐다. 검찰 관계자는 “사안이 중대하고 경찰이 연관된 사건이어서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섰다”며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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