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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혁명 한국경제] 제1부 <3> 생태계 닮은 에코산업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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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혁명 한국경제] 제1부 <3> 생태계 닮은 에코산업단지

입력
2009.01.2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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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대교 옆 송악나들목으로 진입해 38번 국도를 따라 서쪽으로 30여분을 가니, 60~80m 높이의 철제 증류탑 굴뚝 위로 뭉게구름 같은 새 하얀 수증기가 하늘을 집어삼킬 듯 콸콸 뿜어져 나온다. 에틸렌을 비롯한 석유화학 기초 유분과 합성수지 등을 생산하는 충남 서산시 대산읍 LG화학 대산공장이다.

요즘 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요 감소 탓에 석유화학 공장들은 걸핏하면 가동을 멈춘다. 하지만 이날 대산공장 나프타분해설비(NCC)의 부하율은 100%에 달했다. 지난해 4분기 80%대까지 떨어졌던 부하율이 13일부터 다시 100%로 올라선 것. 불황도 비껴간 이 공장의 비결은 무엇일까.

답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버려지는 폐열과 스팀을 모아 다시 활용하는 '녹색 전환'(그린 트랜스포메이션)에 있었다. 석유화학 산업은 에너지 다소비 업종인 만큼, 제품을 만들 때 드는 에너지를 얼마나 줄이느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된다.

LG화학 대산공장은 최근 3년 동안 끊임없는 노력으로 에너지를 저감,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줄였다. 에너지를 덜 쓰게 되니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연간 22만톤이나 줄었다.

LG화학 대산공장이 녹색 전환을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공장 전체에서 발생하는 스팀과 폐열을 관리하기 위해 각 장치마다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꼬리표(태그)를 단 것. 이를 통해 공장에서 발생하는 스팀과 폐열의 경로를 한눈에 파악, 시스템 관리가 가능해졌다. LG화학은 이를 바탕으로 공장 전체의 배관 경로 등을 개선, 낭비되는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에너지 절감은 NCC와 벤젠 생산 공장의 공정 개선으로 얻어졌다. 모든 공장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는 '투입-사용-회수-폐기'의 단계를 거친다. 이 때 회수는 최대화하고 폐기는 최소화해 투입량을 감소시키는 게 에너지 최적화다.

물론 말처럼 쉽지 만은 않다. NCC 공장의 경우 폐열의 열량은 많지만 온도가 낮기 때문에 폐열을 회수해도 공장 내부에선 마땅한 용처가 없었다. LG화학 대산공장은 회사 밖으로 시각을 돌렸고, 결국 인근 공장에 이를 공급해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반대로 온도는 다소 높은 편이지만 열량이 너무 적어 폐기했던 에너지는 스팀을 생산하는 데 사용했다. 이런 방식으로 벤젠 생산 공장의 에너지 사용량을 30%나 줄였고, 에너지 원단위(제품 1㎏을 생산하는 데 드는 에너지의 양)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었다.

문제는 저온인데다 열량도 많지 않은 폐열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것이었다. 이런 폐열은 회수 방법도 마땅치 않고, 회수한다 해도 경제성이 거의 없어 방치돼 왔었다. LG화학 대산공장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이 난제를 풀었다.

개별적으로는 적은 열량이지만 모으면 힘이 된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이런 폐열들을 한 데 모았다. 그리고 온도가 낮아서 버리는 폐열이라면 오히려 에너지를 더 투입해 온도를 높인 뒤 회수하면 된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모험을 위해 40억원을 들여 대규모 투자도 감행했다.

결국 이 설비로 LG화학 대산공장은 연간 87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게 됐다. 투자비를 6개월도 안 돼 뽑아낸 셈이다. LG화학은 세계 최초로 시도된 이 공법에 이미 특허 출원까지 내 놓은 상태다.

LG화학은 이런 폐열 회수 활용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기술과 노하우를 이젠 협력업체들과 공유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녹색 전환을 매개로 한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 '그린 파트너십'이다.

LG화학 남창식 부장은 "불황기엔 10%라도 싼 제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기 마련"이라며 "녹색 전환과 에너지 절감을 통한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사상 최악의 경기 침체를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 기후변화협약 "규제를 기회로"

■ LG화학, 온실가스 감축·전기차 배터리 등 성과

기후변화협약은 기업들에게 흔히 '규제'와 '위기'로 인식된다. 하지만 LG화학은 철저한 대응 체계 구축으로 오히려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고 있다. 2004년부터 '기후변화협약 대응 중ㆍ장기 마스터 플랜'을 수립해 ▲이산화탄소 저발생 생산체제 구축 ▲청정개발체제(CDM) 활용 및 배출권 거래 연구 ▲에너지 저소비 제품 개발 등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은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06년 6월 여수 아크릴레이트 공장의 NPG정제방법 개선 사업을 통한 감축실적을 국가 온실가스 등록소에 처음 등록한 이후 국내에서 가장 많은 33건의 감축 사업을 신청, 그 중 21건을 등록 완료했다.

이를 통해 19만8,975톤의 탄소배출권(KCER)을 인증 받았다. 배출권 거래가 활성화하면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다.

국제연합(UN)에 등록하는 온실가스 감축 사업인 CDM 사업도 활발하다. 국내 산업부문 연료전환 사업 최초로 추진된 '나주공장의 연료전환 사업'이 국가 승인을 얻어 UN 등록이 진행 중인데, 10년간 21만70톤의 배출권을 인정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LG화학은 또 'LCA(Life Cycle Assessment) 제도'를 도입, 제품 전 과정의 잠재적 환경영향 평가와 제품의 환경성 개선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이 제도는 제품을 만들 때는 물론, 사용하고 폐기할 때까지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도록 기획하는 것을 일컫는다.

LG화학은 클린에너지 분야의 신규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GM이 2010년 양산 예정인 전기자동차 '시보레 볼트'에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 단독 공급자로 선정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차세대 녹색기술'(Green Technology)의 대표격인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 정부 '에코 산업단지화' 지향

정부의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은 '에코 산업단지화'를 지향한다.

산업단지에 생태계 개념을 도입, 단지 내 기업ㆍ산업 간 유기적인 네트워크 구축으로 기업의 부산물, 폐열, 폐기물 등을 다른 기업의 원료 및 에너지로 재자원화하는 것을 말한다. 오염물이 전혀 배출되지 않는 미래형 산업단지가 목표다.

이미 기업 간 잉여 에너지 활용이 확산되는 추세다. 삼성토탈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메탄가스를 LG화학 및 호남석유화학에 벙커C유 대체용 연료로 제공, 연간 50억원 이상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삼성토탈이 수소를 현대오일뱅크의 중질유분해시설에 원료로 공급하는 대신, 현대오일뱅크로부터 나프타를 받기로 한 것도 주목된다. 연간 400억원의 경비 절감 효과는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20만톤이나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종의 P2P(Plant to Plant)다.

정부는 또 석유화학 주원료로 석유 제품인 나프타를 상대적으로 저가인 액화석유가스(LPG)로 전환하는 사업도 확대해갈 방침이다. 현재 2.5%에 불과한 저가 LPG 사용 비중을 2012년엔 10%까지 높인다는 것.

이 경우 연간 2,400억원의 원가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현행 3%인 LPG 기본 관세율을 아예 없애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나아가 첨단기술과의 융합화를 통해 고부가 핵심소재 개발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천연 원료에서 제조한 자연 순환형 플라스틱 소재 개발 등도 포함된다.

그러나 2007년 과학기술 분야 국가 연구개발 투자액 총 6조9,000억원 중 화학 공정 분야 비중이 3.6%(2,507억원)에 불과한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서산=박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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