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시장', '규제완화', '서비스정신'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 그간 경제관료 출신들의 전유물이었던 경제 내각에 비관료 인사를 적극 배치하는 '인사 실험'을 감행했다.
최초의 민간 출신 금융당국 수장인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을 비롯, 관료 출신으로 LG경제연구원장을 지낸 '반관반민' 이윤호 장관이 지식경제부를, 또 한림대 총장으로 있던 김중수 전 수석이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았다.
그러나 이 같은 실험은 결국 출범 1년도 안돼 '참패'로 결론 났다. 2번의 개각이 거듭되면서 민간 출신은 자취를 감추고, 빈 자리를 소위 '모피아(옛 재무부 관료)'가 채운 것.
우선 작년 6월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 따른 촛불시위 사태로 교수 출신 김중수 전 경제수석과 곽승준 전 국정기획수석이 물러났다. 대신 관료 출신인 박병원 경제수석,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이 들어왔다.
그러나 새 경제팀이 모습을 갖춘 이후에도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초유의 금융위기에서 선장 역할을 해야 할 금융위원장은 부적절한 언행과 채 익지 않은 정책남발로 시장의 신뢰를 전혀 얻지 못했다. 게다가 관료 출신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화학적 융합 또한 갈수록 요원해지는 모습이었다.
실물경기 부양을 위해 최전선에 서야 할 이윤호 장관은 비록 이번 개각에서 교체되진 않았지만 위기국면에서 아예 얼굴조차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해가 바뀌어도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는 결국 지난 19일 "설 이전 개각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서둘러 기존 관료 중심의 개각을 단행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진동수 금융위원장,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모두 옛 재무부 출신들이다.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내정자와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 내정자 등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실패는 역대 정부에서도 반복돼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박재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를,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를 각각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세워 개혁을 시도했지만 기존 관료 조직과 마찰을 빚으면서 사실상 실패했다.
관료는 민간 출신을 '이상, 이론밖에 모르는 책상물림'으로, 민간 출신은 관료의 행정경험을 '반(反)개혁 구태'쯤으로 치부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의 인사 쏠림 현상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교수는 "대통령이 강만수 장관만 신뢰하다 보니 강 장관이 다른 부처와 화합하기보다는 자기주장을 일방적으로 관철하려는 쪽으로 기운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문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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