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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명창들이 대명창 재목으로 점찍은 젊은 소리꾼 김은지씨 첫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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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명창들이 대명창 재목으로 점찍은 젊은 소리꾼 김은지씨 첫음반

입력
2009.01.2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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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를 제대로 들을 줄 아는 최고의 귀명창들이 한 젊은 소리꾼을 점찍었다. 장차 대명창이 될 만한 재목으로 판단해 음반을 만들어주고 공연의 후원자로 나섰다.

이처럼 잔뜩 기대를 모으고 있는 주인공 김은지(24ㆍ부산대 4년)씨의 첫 음반 '심청가'가 지구레코드에서 나왔다. 동년배 젊은 고수 신찬균(25ㆍ부산대 3년)씨의 북 가락에 맞춰 동초제 심청가의 눈대목을 녹음했다. 연로한 문화재급 명창이나 중견이 아닌 20대 초반의 신예가 애호가들의 후원으로 판소리 음반을 낸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 음반은 세계 시장을 겨냥해 영문 해설을 붙였다. 그리스 대중음악 '렘베티카'를 판소리 창법으로 부른 이색 음반 '렘베티카 더늠'도 내달 선보인다. 이 또한 판소리의 세계화를 염두에 둔 새로운 시도다. 8월에는 국악 가무악단 '소리뮤즈'의 스페인 세비야 초청 공연에 참가하고, 9월에 서울에서 첫 독창회를 한다.

김씨는 국악음반박물관 판소리연구회가 판소리 경연대회 등 전국의 여러 현장에서 2,000여명의 판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낙점한 유망주다.

이 박물관의 판소리연구회는 KBS 1FM이 2005년부터 열고 있는 귀명창대회에서 만난 귀명창 10여명의 모임이다. 세비야 초청 공연은 스페인에서 열리는 국제축구대회 '피스컵'의 문화행사 중 하나로, 30년 이상 국악을 들어 온 애호가 20여명으로 이뤄진 '서초국악포럼'이 다리를 놓았다.

김씨는 "어린 나이에 큰 기회를 잡아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실망시키지 않도록 열심히 해서 판소리의 진가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주변에서 "목소리가 판소리를 하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는 김씨는 17세 때 판소리에 입문했다. 경주에서 활동하는 주운숙 명창 문하에서 소리를 배운 지 1년 만에 진해전국국악대전 학생부 대상을 차지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처음에는 판소리가 고지식하고 답답하다고 생각했는데, 소리를 하다 보니 가슴 속의 응어리가 풀리더군요. 제가 다섯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 손에 크면서 고생을 많이 한 편이거든요. 판소리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다 들어있는 위대한 음악이에요. 들으면 들을수록, 알면 알수록 좋아지는 음악이지요."

이번 '심청가' 음반에서 그는 맑고 시원한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아직 어린데다 첫 음반인데도 놀라운 집중력으로 실수 없이 한 번에 녹음을 마쳤다. 녹음을 지켜본 귀명창들은 김씨의 소리가 "젊은 소리꾼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여유와 공력을 보여 주는 것이, 내두름(소리를 시작하면서 첫 소절을 부르는 것)부터 예사롭지 않다"고 칭찬했다.

노재명 국악음반박물관장은 "소리를 구기지 않고 시원하게 던지는 게 김씨의 장점"이라고 설명하면서 "판소리에 입문한 지 7년밖에 안돼 아직 저음이 풍부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느리게 가는 진양조 대목에서는 힘이 달리지만, 워낙 좋은 목을 타고난 데다 소리에 대한 열정도 대단해서 세계를 진동시킬 만한 대명창이 될 자질이 충분해 보인다"고 말한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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