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을 선언한 이스라엘이 버락 오바마 신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리는 20일까지 가자지구에서 병력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이 철군 시한을 미국 대통령 취임 일에 맞춘 것은 새 미국 정부와 관계를 원활히 하겠다는 의도"라고 19일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18일 오전 2시부터 휴전하겠다고 17일 선언했으며,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완전 철군을 요구하며 일주일 휴전을 발표했다.
휴전 소식과 함께 가자 지구에 갑자기 평온이 찾아오자 양측 군인과 주민들은 일단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가자지구에 주둔하고 있는 이스라엘 군인들은 서로 부둥켜 안고 기뻐했다. 그러나 AP통신, CNN 등 외신은 피난 길에서 돌아온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피폐해진 고향을 보면서 가슴을 쓸어 내렸다고 보도했다. 유엔에 따르면 3주 동안의 전쟁 기간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 6만명이 피난 길에 올랐으나 휴전 선언 이후 줄이어 귀향하고 있다.
하지만 고향에 돌아온 이들은 추위를 막아줄 집은 물론 마실 물도, 먹을 음식도 없어 발을 구르고 있다. 무너진 집 아래에 깔려있는 가족과 친지의 시신을 찾기 위해 맨손으로 벽돌 더미를 뒤지면서 눈물을 흘리는 주민이 적지 않다.
전쟁 기간 이스라엘군이 자행한 잔학 행위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CNN은 이스라엘군이 점령지 가자 주민 100여명을 한 건물에 몰아넣고 며칠 동안 물과 음식물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땔감과 먹을 것을 구하려고 나오는 주민들을 총으로 사살했다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증언을 보도했다. 심지어 주민을 몰아넣은 건물을 탱크가 포격한 일도 있었다고 CNN은 전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1,300여명(16세 이하 410명 포함)이 사망했고 5,300여명이 부상했다. 이처럼 큰 참상을 입었는데도 이스마일 하니야 하마스 정부 총리는 TV 연설을 통해 "우리는 적의 공격을 막아냈고, 적은 어떤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며 "위대한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신속한 철군 선언으로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충돌할 가능성은 크게 줄었다. 하지만 평화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휴전을 환영하지만 이제 한 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라고 밝혔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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