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마다 괴담 하나쯤 다 있다. 없다면 페인트 칠 냄새 채 가시지 않은 신생 학교란 뜻이다. 초등학교 시절 소풍 때마다 비가 온 건 소사 아저씨가 뱀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용이 되지 못한 뱀의 저주였다. 대학 안의 대극장에는 창업자 동상이 있었다. 젊은 작가가 극장에 딸린 방에서 글을 쓰다 잠이 들었다.
깊은 새벽 인기척에 깨어보니 타자기에 끼워둔 종이에 엉뚱한 글자들이 찍혀 있었다. 대체 누가… 열린 문틈으로 보고 말았다. 평생 극작가였던 창업자의 동상을. 서울 시내 전통 깊은 고등학교에는 60킬로가 넘는 사람은 그 건물 4층 위로는 올라가지 말라는 말이 떠돈다. 지은 지 오래된데다 개보수 공사도 이뤄지지 않은 것에 불안불안한 아이들이 비꼬아 한 말인 모양인데 우스갯소리로 흘려듣기엔 뭔가 찜찜하다.
중국의 대지진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학교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이었다. 노후된 건물과 사용승인검사를 거치지 않은 날림으로 지은 건물들이 폭삭폭삭 주저앉았다. 우리나라만큼 역사 깊은 학교가 많은 곳도 없다. 그 학교들부터 안전 진단을 해봐야 할 것이다. 너무 민감한 것 아니냐고? 다리가 끊기고 백화점 건물이 떡시루처럼 무너진 현장을 우린 두 눈으로 목격했다. 겨울방학 얼마 남지 않았지만 다행히 긴 봄방학이 기다리고 있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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