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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당신의 클린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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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당신의 클린룸

입력
2009.01.20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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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딱 걸렸다. 웹 서핑을 하던 큰애에게 그간의 행적이 밟힌 것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선 행여 아이들이 유해 사이트에 접속할까 부모가 걱정하고 단속하기 마련인데 우리집은 거꾸로 되었다. 아이가 부산을 떤다. 인터넷에 들어가 뒤를 좇아보니 지난 가을 한두 시간 늦게 잠자리에 든 이유를 알 것 같다. 간호사도 있고 빨간 슬립의 금발 머리도 있다. 하나같이 글래머들이다. 건강한 남자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사건을 무마시키고 돌아서는데 기분이 이상하다.

그 사람, 정말 건강한 걸까? 그래도 웹에서 다른 여자 만나 결혼한 것보다는 낫다. 요즘은 웹에서 결혼해서 신접살림을 차리는 사람들도 있다. 도토리로 가구를 구입하고 알콩달콩 정원도 가꾼다. 현실의 배우자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속엣말들도 시시콜콜 주고받는다. 현실에서는 절대 만나지 않는다. 올 겨울 남편은 작은 방마저 큰애에게 빼앗겼다. 퇴근하면 안경을 벗어두고 주머니 속의 동전을 털어 올려두던 책상도 없어졌다.

방문 닫고 혼자 인터넷을 하는 건 엄두도 낼 수 없다. 안방과 화장실 사이의 작은 드레스룸이 그가 밖의 모든 것을 털고 휴식처로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클린룸이 되었다. 지난 가을 난 네가 한 일을 모두 알고 있다, 남편을 놀려주려 했는데 그가 벗어둔 신 두 짝이 오래 떠내려온 종이배 같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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