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분간 이어진 전화통화 내내 이상민(37ㆍ서울 삼성)은 "잘 모르겠네요"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인기비결을 묻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이었다. 잠시 뜸을 들이던 이상민은 "숫기 없는 성격이 오히려 사람들을 다가오게 만드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수줍어했다.
이번에도 또 이상민이다. 2001~02시즌부터니까 벌써 8년째다. 8년이라면 한국에서는 대통령 임기(5년)보다 훨씬 길고, 미국 같으면 연임에 성공해야 채울 수 있는 기간이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라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이상민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한국농구연맹(KBL)은 2008~09 올스타전 팬 투표 결과 이상민이 총 11만3,029표 가운데 4만5,708표를 얻어 8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고 19일 밝혔다. 이상민은 또 데뷔 다음 시즌인 98~99 시즌부터 11년 연속 베스트 5에 뽑히기도 했다. 이 역시 신기록이다.
■ 인기비결? 글쎄요
이상민 스스로 생각하는 인기비결은 '글쎄요'다. 이상민은 "팬들에게 잘해드리지도 못하거든요. 어떤 분들은 인터넷 같은 데 '까칠한 상민씨'라고도 해요." 이상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또 어떤 분들은 이렇게 말씀하세요. '신비주의가 먹히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그런 건 아니에요. 다만 숫기 없는 성격 때문에 언론 인터뷰를 잘 안 하는데 그런 부분이 팬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것 같아요. 팬들이 왜 저를 좋아해주시는지 이유도 모르는데 결혼 후에도 인기가 지속되는 이유까지 알겠어요?"
■ 못 말리는 카리스마
이상민은 단신(183㎝)이면서도 200㎝가 넘는 상대 센터가 슛을 쏠 때도 그냥 지켜보지 않는다. 블록슛을 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점프한다. 공을 다툴 때도 적당히 하는 법이 없다.
일단 공이 보이면 2,3m 앞에서 몸을 날린다. 이상민은 올해 퇴행성 허리통증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플레이만 보면 '20대 중반 이상민'이라는 착각이 들게 한다. 이상민은 "시즌 전 허리가 아파서 사실 시즌 전에 운동을 많이 못했다.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이를 악물고 뛴다"고 말했다.
■ 못 말리는 팬
2007년 5월 이상민의 팬들은 단단히 성이 났다. 실업 현대전자 시절부터 현대의 간판이었던 이상민이 갑자기 삼성으로 둥지를 옮기게 됐기 때문이었다.
KCC는 자유계약선수(FA) 서장훈을 잡기 위해 이상민을 보호선수에서 제외했고, 삼성은 주저 없이 이상민을 데려갔다. 서장훈 입단식은 당초 6월1일에서 12일로 11일이나 늦춰졌다. KCC는 팬들의 성화가 잠잠해진 뒤에야 간신히 입단식을 치를 수 있었다.
한편 올스타전 투표 결과 홈팀인 매직팀(삼성 SK 전자랜드 KCC, KT&G)에서는 이상민과 함께 가드 주희정, 포워드 양희종(이상 KT&G), 김민수(SK), 센터 테렌스 레더(삼성)가 베스트 5에 선정됐다.
드림팀(동부 모비스 LG 오리온스 KTF)에서는 가드 김승현(오리온스)과 김효범(모비스), 포워드 김주성(동부), 이동준(오리온스), 센터 브랜든 크럼프(LG)가 베스트 5로 이름을 올렸다. 올스타전은 내달 1일 낮 12시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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