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당첨금을 놓고 부부끼리 3년 넘게 벌인 송사(訟事) 2라운드에서 남편이 완승했다.
A(41)씨와 부인 B(40ㆍ여)씨는 1999년 헬스클럽 코치와 회원으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다. 2001년 7월 결혼한 두 사람은 혼인신고 없이 4년을 살았고, 딸까지 낳았다.
행복했던 둘 사이는 2005년 여름 돈 문제로 불화가 생겨 결국 별거에 들어갔다. 딸은 부인이 맡았다. 이때만 해도 둘 사이에 애정이 남아 있어 상황이 호전되면 재결합도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그 해 11월 남편이 산 로또 복권이 1등에 당첨되면서 둘 사이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별거 중이면서도 부인과 함께 은행에 당첨금 18억8,000여만원을 받으러 간 남편은 신분증을 두고 오는 바람에 부인 명의 계좌로 당첨금을 받았다.
남편은 그 다음 달 부인에게 "부모님 전세금 5,000만원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부인은 "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기로 해놓고 가족에게 알렸느냐"며 송금을 거부했다. 그리고는 남편에게 "6억5,000만원을 줄 테니 나머지는 내 돈이라는 공증을 해 달라"고 통보했다.
남편은 곧바로 "당첨금 전액을 돌려달라"며 부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2007년 4월 "돈을 맡길 때 함께 쓸 의사가 있었다고 보이고, 결혼기간 중 주로 아내의 수입으로 생활했던 점을 감안한다"며 부인에게 "당첨금 가운데 10억원만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민사12부(부장 서명수)는 14일 "남편이 부인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은 대가로 당첨금을 줬다고 볼 수 없다"며 "부인은 남편에게 당첨금 전액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설상가상으로 부인은 지난해 11월 수원지법에서 남편 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횡령)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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