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간 한국에서 가장 웃겼던 사람 중 한 명은 최양락이다. 최양락은 SBS '야심만만'과 MBC '명랑히어로'에 출연해 엄청난 입담을 과시, 개그맨 인터넷 검색어 1위를 차지할 만큼 화제가 됐다.
하지만 최양락의 화려한 복귀가 특별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방송가에서는 오랜 경력의 연예인이 과거의 경험담으로 새삼 주목 받는 현상이 유행했다.
박미선은 KBS '해피투게더'에서 남편 이봉원의 이야기를 하며 인기 오락프로그램에 복귀했고, MBC '황금어장'의 '라디오스타'는 1990년대 인기 그룹 R.ef의 성대현, 룰라의 고영욱 등 왕년의 스타들을 초대, 당시 가요계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런 '올드패션' 연예인의 활약이 돋보인 것은 그들의 연륜에서 비롯된 입담 때문이지만, 동시에 토크쇼가 정체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버라이어티 쇼는 MBC '무한도전'같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로 진화한데 반해, 토크쇼는 예나 지금이나 연예인에게 사생활을 털어놓게 하는 형식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방송이 계속될수록 사생활을 말할 연예인의 숫자는 줄어들고, 결국 더 많은 이야기 거리를 가진 연예인을 찾게 된다.
최양락의 등장은 토크쇼가 소재를 찾기 위해 19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최양락 역시 1980년대 개그맨들의 술버릇이나 각종 일화로 웃음을 일으켰다.
또한 요즘 토크쇼들은 여러 명의 연예인들이 한 명의 게스트에 대해 이야기하는 '명랑히어로'의 '명랑한 회고록'이나 연예인에게 하나씩 사생활을 털어놓게 하는 '야심만만-예능선수촌'처럼 대부분 연예인의 사생활을 최대한 짜내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물론 그런 식의 토크쇼도 한 가지 장르다. 하지만 그럴수록 토크쇼는 연예인들의 '옛날 얘기 전시장'이 되고, 그 이야기와 정서를 아는 연예인들만 토크에 끼어들 수 있다.
요즘 토크쇼의 MC 연령이 높아지고, 특정 연예인들이 겹치기 출연하는 것은 다른 젊고 새로운 연예인들의 역량 부족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현재 한국 토크쇼 중 사생활 캐기를 안 하는 토크쇼는 게스트의 인생을 깊게 들여다보는 '황금어장'의 '무릎 팍 도사'나 책에 대해 말하는 '명랑히어로'의 '명랑한 독서 토론회'정도다.
최양락의 귀환은 즐겁다. 하지만 최양락의 입담은 동료들의 사생활보다 그가 진행하는 MBC 라디오 '재밌는 라디오'처럼 각종 패러디부터 시사풍자까지 여러 소재를 거침없이 다룰 때 빛난다. 이 '옛스타'에게 더 '새로운' 토크를 듣고 싶다면 무리한 바람일까.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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