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4대 권력기관장 인선 마무리에 이어 어제 소폭 개각을 단행했다. 기획재정부와 통일부 장관, 국무총리실장, 금융위원장 등 장관급 4자리만 바뀌었다. 국가정보원장으로 옮긴 원세훈 행정안전부장관 후임 인선을 끝으로 더 이상의 개각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경제위기 극복과 흐트러진 국정 기조를 바로잡으려면 전면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규모일 것이다.
이 정부 들어 두 번째인 이번 개각은 전문성 강화도 눈에 띄지만 친정체제를 강화했다는 측면이 보다 두드러진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와 현인택 통일부장관 내정자는 관련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 받지만 대선과정에서부터 이 대통령을 보좌해왔고 대통령직 인수위원으로도 활약했다. 함께 발표된 15명의 차관급 가운데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 이주호 교육과학부 제1차관은 이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도 불리는 핵심 측근들이다.
물론 친정체제 강화를 꼭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이 대통령이 본격적인 국정 청사진을 펼칠 수 있는 집권 2년차를 맞아 경제위기 극복과 적극적 국정 운영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기반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는 측근들을 주요 차관 자리에 전진 배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국정의 방향과 주요 정책의 적실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상태에서 친정체제 강화는 독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4대 권력기관에 대한 장악력을 높인 데 이어 내각까지 친정체제의 틀 속에서 운영되면 정책 유연성 저하 등 부작용이 일어나기 쉽다. 이번 요직 인선에서 능력 있는 전 정권 인사들을 발탁하고 지역 안배를 고려한 흔적이 있지만 친정체제와 코드 강화의 흐름은 또 다른 문제다.
그럼에도 이번 개각의 중심인 경제팀에는 적지 않은 기대를 갖게 된다. 윤증현 재정부장관 내정자 등은 관련 분야의 업무역량과 소통능력을 갖춘 정통 경제관료 출신들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맡고 있던 직책 상 책임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시장의 생리를 잘 이해하고 있어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전임 강만수 경제팀은 부적절한 환율정책 등 정책 오판 논란으로 시장의 강한 불신을 받아왔다. 강부자 내각 이미지의 태생적 한계 속에 강퍅한 감세 논쟁에 에너지를 낭비했고 종부세 문제 처리도 세련되지 못했다. 특히 전대미문의 금융위기를 당해 시의적절하고 신뢰 받는 정책을 자신 있게 내놓지 못하고 늘 뒷북 치는 대책으로 위기를 증폭시켰다. 새 경제팀은 이 같은 전 경제팀의 실패와 문제점만 바르게 인식해도 절반은 성공이다.
새 경제팀의 책무는 막중하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실물 경제위기 악화에 제동을 걸어야 하고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고용대란도 막아야 한다. 그 밖의 난제도 수두룩하다. 모든 짐을 새 경제팀에만 지울 수 없지만 경제위기 타개의 1차적 책임은 그들의 어깨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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