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땀을 쥔다는 말은 너무 식상하지만 '적벽대전2'는 그 말 그대로다. 2시간21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적벽대전1'에 적벽대전이 안 나온다고 실망했다면 2편은 그 모든 실망을 씻어줄 것이다. 1편을 보지 않은 관객이라고 2편을 이해 못할 이유도 없다. '대단한 중국 영화'를 절감하게 한다.
이토록 몰입하게 만드는 영화의 매력은 무엇일까. 뭐니 뭐니 해도 고전의 힘이 든든하다. 적벽대전에는 대의명분을 향해 일개 군졸들까지 하나로 똘똘 뭉치게 만드는 영웅이 있으며, 영웅을 사랑하는 여인과 속고 속이는 계략이 있고, 약자가 강자를 극적으로 무너뜨리는 드라마가 있다.
모든 것이 다 들어있는 이 고전적 이야기는 '지상 최대의 전쟁'으로 실감나는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는 중국영화가 현대화, 세계화했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제작비 800억원을 투입해 만들어진 군함과 성벽, 방어물들을 하나씩 부수고 불지르며 전진하는 엄청난 수의 엑스트라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직 군사가 남았는데 후퇴를? 어차피 이건 군사력 싸움이야"라고 부르짖는 조조의 외침이 공허한 수사가 아님을 절감할 수 있다. "다 죽을 때까지 싸우는" 최후의 전투 앞에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바바리코트 자락을 휘날리는 과장된 우위썬(吳宇森)식 액션 연출은 보기 힘들다. 우위썬 감독은 오히려 다소 과장스러운 <삼국지> 를 현대적이고 과학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삼국지>
바람의 방향을 바꾸고 안개가 낄 때 허수아비를 세운 배 20척으로 적진에 가서 화살 10만개를 구해오는 제갈량은 경험 많고 노련한 기상학자의 면모를 보여준다. 1편에서 장비가 조조를 물리치기 위해 황동방패로 햇빛을 반사시키는 장면도 원전 <삼국지> 에는 없는,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과학적 전술이었다. 삼국지>
또한 주유의 아내인 절대미녀 소교(린즈링)를 취하기 위해 조조(장펑이)가 전쟁을 일으켰다거나, 주유에게 항복을 권하러 온 조조의 밀사를 주유가 역이용해 조조 스스로 수군 장수을 목 베게 만드는 거짓말 같은 원전의 이야기를 영화는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관객들이 납득할만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유비 관우 장비가 아니라 주유와 제갈량이다. 깊은 눈빛의 량차오웨이가 주유의 뛰어난 지략과 신의를 재평가하도록 했고, 부드러운 꽃미남 진청우는 '백우선'을 들고 다니며 여유만만한 제갈량의 모습을 멋들어지게 재현한다. 22일 개봉. 15세 이상.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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